▲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근로자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포함된다.
여야는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총 198표 중 찬성 160표 반대 24표 기권 14표를 얻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임금이 산입되게 됐다.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정기상여금)과 식대·숙박비·교통비 등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임금(복리후생비)의 일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2024년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 100% 산입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정기상여금 중 월 단위로 환산한 해당 연도 최저임금액 25% 초과분, 복리후생비 중 월 최저임금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포함토록 했다.
현행 시급 7530원인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인 157만원(209시간 기준)을 모델로 분석하면, 157만원의 25%는 39만원, 7%는 11만원이다. 정기상여금의 39만원 초과분과 복리후생 수당의 11만원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특히 부칙에서 최저임금의 효력에 관한 특례 규정을 통해 2020년부터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비율이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4년에는 모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도록 했다.
정기상여금은 내년에는 최저임금 대비 25%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된 뒤 △2020년 20% △2012년 15% △2022년 10% △2023년 5% △2024년부터는 0%로, 복리후생비의 경우 내년 7%를 시작으로 △2020년 5% △2021년 3% △2022년 2% △2023년 1% △2024년부터는 0% 적용된다.
개정안은 또 취업규칙 변경절차에 대한 특례조항도 포함했다. 최저임금으로 산입되는 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려는 경우를 다룬 것이다. 이때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의 동의가 아닌 근로자 의견을 듣는 것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취업규칙 변경 시에 의견을 듣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의견 청취의 기준은 아직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다.

환노위, 산입범위 놓고 막판까지 격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최저임금법 개정안 중 대표적인 안에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안(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일치), 김삼화 의원안(매월 1회 이상 정기지급 상여금, 식비, 숙박비 등 현금 일체 산입),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안(정기상여금, 현금과 현물을 포함한 생활보조적 임금 산입) 등이 있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기업, 노동계 등의 입장차가 갈린 만큼  환노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격론과 진통을 겪은 끝에 개정됐다.
지난해 6월부터 공전을 거듭해왔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위해 국회 환노위가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연 시각은 지난달 24일 밤 10시. 앞서 지난 21일 오후부터 자정을 넘긴 22일 새벽까지 고용노동소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뒤 열린 회의였다.
여야가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식비·숙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의 포함 여부와 산입 방식을 놓고선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만 산입범위에 추가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복리후생수당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는 지난달 21일 고용노동소위에서 중소기업계의 절실한 요구인 숙식비 포함을 건의했고, 중소기업계가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복리후생비 산입이 당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2019년 정기상여금, 2020년 복리후생비 산입’의 절충안을 제시하는 등 고용노동소위원장으로서 의견 조율을 위해 노력했다.
긴 논의 끝에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이 최저임금의 25%를 넘는 정기상여금과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꼬인 실타래가 겨우 풀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끝까지 반대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2명을 제외하고는 여야 의원 대다수가 동의한 것이다.
본회의에서도 격론이 이어졌다. 본회의 찬반토론에는 8명의 의원이 나서 1시간 가까이 의견을 개진했다. 정의당은 ‘최저임금 삭감 반대’라는 적힌 피켓을 본회의장 컴퓨터 모니터 전면에 부착해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개정안 찬성 발언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개선 TF를 만들어 산입범위를 논의했지만 결국 노사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론을 못낸 상황에서 서로의 안을 고집하기 보단 양보와 밤샘회의를 불사하는 치열한 논쟁 끝에 개정안을 도출했다”며 “이번 대안으로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최저임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중소사업장 및 소상공인의 숨통을 터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역시 “좀 더 일하는 노동자와 영세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최저임금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그나마 차상위 소득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고민 끝에 만들어진 안”이라고 말했다.

산입범위 확대, 저임금 97%는 영향 없어
한편,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늘어나더라도 연봉 2500만원 이하 저임금 근로자의 97.4%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은 저임금 근로자보다 고임금 근로자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연봉 2500만원 이하 근로자 819만4000명(2016년 기준) 가운데 21만6000명(2.6%)만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기대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연봉 2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의 25% 초과분만,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의 7% 초과분만 산입범위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연봉 2500만원 이하 근로자 100명 중 97명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본인 월급도 함께 오른다는 의미다. 산입범위가 확대될 경우 고임금 근로자보다 저임금 근로자가 훨씬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노동계 주장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또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근로자의 ‘기대이익’이 감소하는 정도도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급이 같이 오르는 근로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9%, 5∼9인은 5.9%, 10∼29인은 6.2% 감소한다. 반면 30∼99인 사업장은 13.1%, 100∼299인은 17%, 300인 이상은 30.2% 줄어든다.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은 반면에 고임금 근로자 중에는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월급이 오르지 않는 근로자가 더 많을 거란 분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매월 받는 식비 등이 1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계는 국회 환노위와 각 당 원내대표 등을 지속적으로 만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과 산입범위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해왔다.

중소기업계 산입범위 확대 노력 ‘결실’
중소기업중앙회는 박성택 회장과 신영선 상근부회장, 노동인력특별위원회 등을 주축으로 지난 4월부터 각 정당 원내대표와 간사, 당시 홍영표 환노위원장과 환노위 위원들을 잇달아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고,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등에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또한 언론 기고와 인터뷰, 중소기업 현장 경영사례와 의견조사, 최저임금 제도개선 토론회 등을 개최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데 노력해 왔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두고 중소기업계는 환영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됐지만 일부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된 것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정도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또 이번 산입범위 조정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올해 인상률보다 더 높게 요구할 공산이 커진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은 오는 14일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법정 시한은 이번달 28일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최저임금에 일부 상여금과 식비 등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산입범위 조정을 명분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다시 대폭 오르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정부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공약을 달성하려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15~16%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영세업체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다시 대폭 오르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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