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개선된 것이라고 눈에 띄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많은 애로를 겪고 있으며 그 대안을 찾는 목소리도 변함없다.
또 한편으로 보면 중국으로 진출하는 제조업체들로 말미암아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격심해지고 있고 그 여파는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으로 떠난 기업의 자리를 바라보는 중소기업인의 마음은 또 어떠하랴? 이같은 판국에 중국으로 간 중소제조업체들이 만족하고 있다니, 단순히 글로벌 시대에서 볼 수 있는 파장의 일부로 돌리기엔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을 찾아보자. 왜 중소기업을 살려야 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 한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다지 크게 안 보이는가? 무엇이 결핍증에 있고, 무엇이 과다증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은 바로 지식이다. 중소기업도 이제 지식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지식경제시대를 예고하고 중소기업들도 예외 없이 지식경영으로의 전환을 주장했지만 그 성과는 가시적이지 못한 편이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은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의 주요 원천인 ‘지식’을 선점하기는 커녕 공유하는 것조차 급급했다. 물론 지식을 창조할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지식을 획득할 자본력도 취약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또한 지식을 축적·관리·활용할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도 어렵고, 그 필요성조차 잘 깨닫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우선 하루하루 생활의 앞가림에 바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식은 기업생존의 유일한 수단
그러나 이제는 ‘지식’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됐다. 지금은 ‘고용없는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고용이동’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자동화 내지 첨단기술의 눈부신 활용에 따른 성과도 더욱 현격해지고 있다. 언제까지 중소기업이라 해 만능 탤런트에 비유되는 종업원 개인에게 의존해야 할 것인가? 결국은 지식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중소기업의 지식투쟁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투쟁’이라는 말은 대기업의 노동현장에서 보아 온 모습을 연상하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 지식경영을 강조하는 이 마당에서는 단순한 지식획득이나 지식이용의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지식투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냉엄한 경쟁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지식투쟁이란 말을 사용해 본 것이다.
중소기업이 지식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초기비용이 너무 높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지식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는 만약 중소기업의 지위가 약해진다면 우리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진입장벽 낮추고 공정경쟁 보장해야
중소기업이 생명을 얻는 것은 대기업에 비해 용이하다. 쉽게 태어날 수 있는 만큼 쉽게 사라질 수도 있으며, 쉽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난 기업도 수없이 많다. 중소기업이 태어나서 뿌리를 내리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지식 경쟁에서 당연히 약자의 지위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은 태생적 한계이다. 중소기업이 지식투쟁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공정경쟁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심판자가 있어야 한다. 공정한 심판자가 없으면 중소기업은 공룡에 비유되는 대기업의 단 한번의 발굽에 걷어차이고 말 것이다. 약자라 해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식경영의 자생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여전히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원리가 작용하는 지식투쟁의 현장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이 지식경영을 가동하는 데에 필요한 초기비용을 낮춰 줘야 한다. 지식은 그 자체로서 특정 기업이 독점해야 할 ‘비밀스러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런 지식을 지혜롭게 가공해 기업가치로 연결시킬 때 비로소 빛나는 보석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지식이라도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것이 오히려 대기업 스스로를 위한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중소기업 스스로 지식을 쟁취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식은 기다려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 할 소중한 목표물이다. 또한 언젠가는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될 ‘보이지 않는 벽’(invisible wall)이기 때문에 한번쯤의 충격은 감내해야 한다.
이제 기업환경은 과거처럼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시대로 뒷걸음질치지는 않는다. 중소기업이라 해 언제까지 보호막을 요구할 것인가? 첨단기술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마당에 장인정신과 같은 ‘손재주’ 하나만을 강조하고만 있을 것인가? 망망대해의 글로벌 시장에서 중소기업이라 해 ‘틈새시장’만을 노리고 있어야 하는가? 그러기에는 그 틈새가 너무나 좁을 뿐이다. 그 해답이 바로 ‘지식’이다.

박문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mspark@mail.ho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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