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라이벌]삼보컴퓨터 vs 주연테크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인 뒤에 급격한 사양산업의 길을 걷는 분야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신산업이 태동하면서 개인용 컴퓨터인 PC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게 됐습니다. 스마트폰이 PC 기능까지 포괄적으로 담아내면서 PC의 중요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PC의 전성기는 아무래도 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던 2000년대 초반입니다. PC 한대만 있으면 정보 검색, 게임, 음악, 영화, 전문 그래픽 작업 등등 만능 멀티미디어 기기의 재미를 즐길 수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옛말이 됐죠. 그 만능의 자리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와 같이 개인 밀착형 스마트기기들에게 내주고야 말았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는 점도 이색적입니다. 애플이 PC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면 IBM이 오픈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라는 좀더 개방적인 PC 환경을 도입하며 PC의 대중화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용산전자상가와 세운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PC 관련 기업들이 탄생했죠.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이 시기에 PC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 대기업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PC 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어디 있을까요.
1세대 PC 기업으로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곳은 삼보컴퓨터와 주연테크입니다. 두 회사는 2000년대까지 PC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 시대가 가속화된 2010년 이후 급격한 쇠퇴기를 겪게 됐죠. 그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금까지 생존했습니다. 어떻게 끈질기게 경영을 이어가게 됐는지는 이 두 회사의 경영진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삼보컴퓨터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2000년 전후로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체인지업’이라는 모델명의 PC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중소기업인 삼보컴퓨터가 당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박찬호 선수를 광고 모델로 쓴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혁신적인 마케팅 모델을 쓴 것은 지금도 회자가 될 정도로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거기다 PC의 기술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던 시절에 삼보컴퓨터는 메인보드와 CPU를 2년 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혁신적인 판매 정책을 씁니다. 요즘 스마트폰도 운영체제를 제때마다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해 주면서 기능을 개선해주는데요. PC의 주요 장치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건 당시로서는 파격이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삼보컴퓨터는 2005년 부도를 맞았다가 워크아웃과 회사 매각을 거쳐 현재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가 지휘하며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보컴퓨터는 가장 큰 시장인 정부 조달 사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이슈를 만든 신제품들이 출시됐습니다. 삼보컴퓨터는 70인치 빅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TV 시장을 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스마트폰 시장에도 뛰어들어 ‘루나’라는 저가형 모델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도전들이 그 뒤에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얼리어답터로 잘 알려진 이홍선 대표가 어떤 차기작을 내놓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주연테크도 삼보컴퓨터와 마찬가지로 PC 시장에 살아남은 중소기업입니다. 주연테크도 정부 공공조달 등 전통적인 내수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연테크 경영진 중에 김상범 부회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는 넥슨의 공동창업자입니다. 2016년 주연테크에서 최고기술경영자, 즉 CTO로 합류하며 신사업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의 신사업 중에는 지난해 초 론칭했던 ‘VR 카페 브리즈’라는 브랜드의 가상현실 PC방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론칭 1년 만에 베트남에 진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확실히 김 부회장이 게임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서인지 최근 주연테크는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인 ‘리오나인’을 선보였습니다.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노트북입니다.
이와 같이 삼보컴퓨터와 주연테크 모두 안정적인 공공조달 시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 PC기업이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의 격랑 속에서 어떻게 생존전략을 펼치는지 앞으로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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