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행·선행지수 동반 하락세…한국경제 ‘후퇴→침체’ 국면 진입

향후 경기 흐름의 향방을 놓고 최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경기 상승보다는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내수 부진 우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의존한 수출, 고용 상황 악화 등 국내 위험 요인뿐만 아니라 예측이 어려운 달러화 방향성과 국제 유가 상승세, 신흥국 위기 고조 등 대외 불확실성 또한 높다는 분석이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급격한 불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됐다.

설비·건설투자 투자 동시 침체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애초 예측한 경기 하강 속도(2018년 하반기)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진단한 근거로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를 꼽았다.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2017년 5월을 정점으로 1년여 동안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경기 방향성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 또한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떨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동시 침체, 기업심리 악화, 내수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고용절벽 등도 경기 침체를 앞당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3월(전기 대비 -7.8%)과 4월(-3.3%)에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2분기 들어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은 올해 1월을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4월 들어 42.0%나 감소하는 등 건설투자 급감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업 경제 심리도 악화하는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6월 기업 경제 심리지수인 BSI(전망)는 95.2로 5월(100.3)보다 악화했다.
고용은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이 4월 11.5%로 전년 동월(11.2%) 대비 상승하고, 신규 취업자 수가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머물러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은 재고 증가, 출하 감소가 지속하고 있고 생산 확장은 일부 산업에 그쳐 견고하지 못하다는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내수 기반의 균열’ 등 하반기 이슈
연구원은 하반기 경제 이슈로 △경기 다운사이클 논쟁 △내수 기반의 균열 우려 △수출의 양극화와 취약성 △고용시장 동상이몽(同床異夢) △달러화 방향성의 불확실성 확대 △흔들리는 신흥국 △국제유가 스텝업(step-up) 등 7개 이슈를 제시하며 “최근 경기 흐름에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고 향후에는 경기 상승 모멘텀보다 하강 리스크가 더 많아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한 민간소비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의존한 한국 수출 취약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하반기 경기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먼저 ‘경기 하강 논쟁’이 하반기 국내 경제 불안 요소로 꼽혔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점차 다가올수록 경기 흐름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해져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커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고용의 심각한 둔화, 비관적으로 판단하는 경제 주체들의 증가, 경기 수축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등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세가 앞으로 지속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100포인트 미만으로 하락했다는 점도 하강 리스크 요인으로 봤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수축 국면으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선행지수가 1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면 향후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중반(101포인트)부터 12월까지 지속해서 하락했지만 100포인트는 넘겼었다.
국내 수출이 반도체에 지나치게 편중된 양극화 구조를 띄고 있다는 점과 신흥국 경기 불안,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등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연구원은 “한국 수출 구조가 지나치게 반도체에 편중돼 있어 향후 전체 수출 경기는 반도체 산업의 향방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규 취업자 수 석달 연속 10만명대 ‘부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고용 상황도 하반기 경제 위험 요소로 제시됐다. 4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전년동기대비 12만3000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고용비용 증가, 산업 구조조정 등 악화 요인이 혼재해 있어 고용시장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은 고용의 질적 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고용주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단기적으로 신규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또 정부의 부동산 대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 감소 등으로 건설 경기가 부진해 짐에 따라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 폭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의 고용 창출력도 저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원은 “고용·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은 업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규제 완화와 신규 일자리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민간 부문에서의 고용 확대를 유도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경기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민간소비가 다시 축소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도 높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해 4분기 이후 둔화세로 돌아선 데다 고용시장 악화로 가계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시장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소비 위축 우려 요인이다.

달러화 불확실성·고유가 우려 상존
연구원은 국외 이슈로 신흥국 경기 위기를 꼽았다.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위기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방향성의 불확실성 확대 변수와 고유가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환율의 경우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달러화 향방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초과수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경기 판단에 얽매이기 보다는 경기 활성화 정책 시행 및 경제 구조 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적극적 고용시장 정책 확대 △금리인상 충격 완화 등을 통한 가계소비 위축 방어 △수출품목의 다변화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의 투자 확대 유도 △글로벌 경제 및 금융 리스크 대응 방안 모색 △신흥국발 위험 전이 가능성 선제적 대응 △유가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 개선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하방 리스크 요인 대부분이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기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경제 상황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만에 하나 하방 리스크가 상당수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수년 내 보기 드문 ‘내수 불황’ 도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이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이사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신성장 산업 발굴과 육성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계부채 구조조정은 과도한 소비 위축이 나타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고물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 감시 강화, 공공요금 인상 연기, 생필품 수급안정 시스템 점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통화정책은 경기 하방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더라도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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