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CEO의 떼거리 정치참여
“화나는데 나도 이번에 출마나 할까부다!”
A사장의 연발되는 혀꼬부라진 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출마라니? 직원들 제 날짜에 월급 주느라고 최근에 체중이 3kg이나 빠졌다는 중소기업사장이, 감히(?) 출마 소리를 꺼내는 바람에 터진 웃음이었다.
A사장을 비롯해서 중소기업 CEO 24명이 회원인 이 모임에서 세명이 “출마나 할까부다!”를 외쳤다.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자금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경제가 흔들리면서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참으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맞는 2004년이 아닌가?
A사장의 모임만이 아니다. 415 총선 입후보가 마감돼 봐야 알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 CEO 들의 떼거리 정치참여라 할 것이다.
그러나 평소 성실하게 사업을 일구며 일에 매달리던 중소기업 사장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현상은, 만약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었다면 나타나지 않을 현상이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중소기업 활성화
물론 70년대나 80년대에 비하면 중소기업 사정이 나빠지기만한 것은 아니다. 1998년 전체의 32%에 불과하던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2002년에 42%로 늘어났으며, 외국 투자자들도 재벌보다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91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점유율은 약 6:4 정도. 1983년의 8:2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나 역할이 축소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80년대에 산업주도권을 일본에 내줬던 미국이 90년대에 경쟁력을 다시 회복한 배경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 중소기업의 활성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대만의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수의 98%, 고용의 78%,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테크 산업의 선두주자이며 수출의 주역이다. 대만은 현재 세계 3위의 PC생산국인데, 이 PC산업이야말로 바로 대만경제의 대표적인 산업이다.

‘경제사범=정치사범’인 나라 대한민국
한국의 경제는 정치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치가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은 정치와의 유착을 통해서 이권을 따내고 금융기관을 주물렀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경유착의 검은 드라마는 경제사범이 정치사범이고, 정치사범이 경제사범인 특수범죄의 유형으로 구분될만하다. 아마 끝까지 파헤쳐서 뿌리를 뽑을 수만 있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 그리고 한국 정치의 앞날에도 희망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더 큰 희망은 중소기업의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는 중소기업을 있는대로 우려먹었다. 선거때만 되면 ‘중소기업 활성화’를 부르짖지 않는 정당이 없었고, 그 부르짖음을 망각하지 않는 정당도 없었다.
이번 총선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어느 정당이 진짜로 중소기업 활성화에 앞장 서는지, 어느 정당이 그런 공약을 내걸고 그 공약을 망각할 것인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것이 중소기업인이 할 수 있는 정치참여의 한계이다. 출마하는 것만이 정치참여가 아니다. 잘 익은 수박 고르듯이 제대로 된 정당이나 후보자를 고르는 것도 기업인의 정치참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출마나 할까부다!”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입후보자의 경력과 현재 활동을 유심히 살펴서 진짜 중소기업 활성화에 앞장 설 사람을 뽑자. 사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 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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