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나라란 기업이 싼 값에 좋은 품질의 인재, 부동산, 자금 등을 쉽게 획득해 활동할 수 있는 나라이다. 정부 관료, 의사, 변호사, 교수에 못지않게 창업자, 중소기업가가 우대되는 나라다. 정부가 여러 역할 중 창업과 기업활동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나라이어야 한다. 많은 덕목 중에서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가치로서 존중하는 사회이어야 한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듯이 돈과 권력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사회이어야 한다.

집단간 갈등조정 역할부터 해야
이상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거의 명백하다. 기업에게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국회, 대학과 언론의 책임에 대해서는 목소리도 작고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국에 비해 인건비와 부동산 비용은 비싸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기업을 지원하기 보다는 자신들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인재들은 기업보다는 관료, 의사, 변호사, 교수가 되기를 원한다. 넘쳐 나는 돈은 기업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에 몰린다. 정부 규제와 기존 업체간 담합은 새로운 제품과 신기술을 가진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아직도 뇌물은 인·허가 등 기업 문제 해결의 급행료와 해결료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거나 혁신할 방법은 없는가?
먼저 국회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드는 것을 입에 발린 구호로, 억지 춘향격 정책으로 모면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진정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민간부문이 공공부문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해소되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할 기분이 나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는 불필요한 돈과 사람이 보이는데 기업에는 없다고 느끼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부문 스스로의 살신성인이 필요하다. 투입된 자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를 고부가가치화 하거나 불필요한 예산과 인력규모를 줄이거나해야 한다.
혁신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세금 내는 쪽은 쪼들리는데 세금 쓰는 쪽은 여유롭다고 느끼면 누가 세금 내는 쪽에 속하려고 할까? 세금 내는 쪽인 기업활동은 위축될 것이 뻔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또 하나 꼭 필요한 것은 국회와 정부가 사회의 이익 집단간 이해 조정과 사회 통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일이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노와 사, 남과 여, 농업과 기타 부문,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의 갈등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일상적이다.
집단간 갈등이 표출됐을 때 정부와 국회는 합리적 중간자 입장에서 각 집단의 요구를 평가하고 그들의 주장을 조정, 타협시키는 해결사가 돼야 한다. 각 집단의 요구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지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평가되고 조정과 타협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져야 한다. 그것이 사회 안정과 더불어서 일자리 창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전쟁 같은 노사분규, 칠레 FTA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갈등, 아파트 가격으로 촉발된 강남과 강북의 갈등, 정규직과 일용직 노동자 간의 갈등 등에 대해 국회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어느 한편을 지지하는 시늉을 하거나 귀머거리, 소경의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는가?

경쟁력 관점에서 비용·효과 따져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국가경쟁력의 관점에서 비용, 효과를 따져 각종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될 필요가 있다.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무수한 정부 규제와 상반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기업 여건 조성과 국가경쟁력 향상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합리적인 분석과 비판을 선행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언론까지 네편 아니면 내편,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자세, 비난이 두려워 소신을 가지고 평가·비판하지 못하는 구조, 전체의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소리 큰 소수를 타협으로 이끌지 못하는 직무유기 구조를 방치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는 어렵다.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하도록 조정과 타협을 이끌어내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진정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국회, 정부를 기대해 본다.

김승일
비즈턴 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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