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한국은 1950년 이후 급격한 경제 격동기를 겪으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경제 격동기를 통해 대그룹으로 성장한 케이스입니다.
이외에도 잘 찾아보면 수많은 자수성가형 기업가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디벨로퍼(developer)로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습니다. 디벨로퍼는 부동산 개발업자인데요. 땅을 매입해서 그 땅을 어떻게 쓸지 기획을 하고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일을 말합니다.

경제 격동기에는 유형 자산인 부동산의 가치가 매년 껑충껑충 뛰겠지요.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부동산 시장은 때 아닌 호황기를 누리게 됩니다. 이 시기에 디벨로퍼로 성공한 1세대 CEO들이 지금에도 여전히 한국의 주요 부동산 개발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에서 1세대 디벨로퍼가 화제를 끌고 있습니다.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이야기입니다. 그는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용산의 유엔사 부지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있는 1만5000여평의 땅입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근래 들어 주둔 기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빈 자리가 된 겁니다.

서울의 최고 ‘금싸라기 땅’‘노른자 땅’이라 불리며 개발업자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이 땅을 상업, 업무, 주거, 문화 등의 복합시설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죠. 서울 안에서 재건축도 재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엄석오 회장은 서울 중심부에다가 아주 작은 ‘미니 신도시’를 만들어내려는 겁니다.

엄 회장의 일레븐건설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건설사입니다. 엄 회장은 지난해 유엔사 부지를 낙찰 받기 위해 무려 1조500억원 가량을 써냈다고 합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부지를 이름도 낯선 건설사가 공격적인 베팅을 따낸 것만 봐도 그가 보통의 전략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엄 회장은 부동산 개발과는 동떨어진 출판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서울에서 도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돈을 벌고 이를 기반으로 1980년 들어서 대형 출판사인 양우당을 운영하게 됩니다. 그 이후 1991년 지금의 일레븐건설을 설립한 거죠. 27년 동안 일레븐건설은 주택건설과 분양을 주요 사업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주로 부동산 시행사로 포지션을 찾았었는데요. 1990년대 말에 경기도 용인시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몇 차례 거치면서 대형 개발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용인에서 수천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용인권역에서 일레븐건설은 상당히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일레븐건설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내고 있는 우량 기업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800억원이 조금 안되기 때문에 유엔사 부지 개발에 분양사업 대금으로 충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엄 회장은 알뜰한 경영으로도 유명한데요. 어음을 쓰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속이 편한 자기 돈으로 사업을 진행해 온 뚝심 있는 경영을 해온 겁니다. 1세대 디벨로퍼 엄석오 회장이 서울의 중심부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됩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