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풀뿌리인 소상공인들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은 바로 결제수수료 문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소상공인 전용 결제 시스템인 ‘소상공인 페이’의 도입을 이야기할 만큼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하나둘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소상공인의 요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조사한 결과, 편의점은 평균 연 매출이 6억7900만원에 영업이익 2900만원, 카드수수료가 900만원이었다. 전체 벌어들인 돈에서 약 30% 가량이 수수료로 나갔다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비롯해 지자체별로 각종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용 소상공인 페이까지 준비하는 모습이다. 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걱정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금융위, 밴수수료 체계 개편
앞으로 몇백원, 몇천원짜리 카드결제가 빈번한 소액결제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은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카드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밴수수료 체계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밴수수료는 카드사가 결제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하는 밴(VAN)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다. 밴수수료는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원가 요소 중 하나다. 사실상 가맹점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현재 밴수수료는 정액제다. 예를 들어 카드를 한번 긁을 때마다 금액에 관계없이 100원씩 밴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다.

하지만 7월31일부터 밴수수료는 정률제로 바뀐다. 건당 결제금액의 평균 0.28%를 카드사가 밴사에 주고, 이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된다. 정률제가 되면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가벼워지게 된다. 카드결제가 한건에 5000원이든 1만원이든 100원씩 붙던 수수료가 각 결제금액에 0.28%를 곱한 14원과 28원으로 바뀐다.

정률제 적용 대상은 약 35만개 일반가맹점으로, 전체 가맹점(267만개)의 약 13%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중소가맹점은 이미 우대수수료율(각각 0.8%와 1.3%)이 적용되고 있다. 일반가맹점 가운데 건당 평균 결제액이 2만4000원인 소액결제업체는 평균 수수료율이 2.22%에서 2.00%로 낮아진다.

특히 일반음식점 5만4000개, 편의점 1만8000개, 슈퍼마켓 1만7000개, 제과점 3000개, 약국 1만개, 정육점 5000개 등 ‘골목상권’으로 분류되는 소액결제업체의 수수료율이 대폭 낮아진다. 평균 인하폭은 편의점(0.61%포인트·연간 361만원↓), 제과점(0.55%포인트·296만원↓), 약국(0.28%포인트·185만원↓), 슈퍼마켓(0.26%포인트·531만원↓) 등이다.

골프장·병원 등 수수료 부담 올라
하지만 한번에 수십만~수백만원을 긁는 거액결제업종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건당 평균 결제액이 10만8000원인 거액결제업체는 평균 수수료율이 1.96%에서 2.04%로 높아진다. 가전제품 판매점 2000개를 비롯해 골프장 315개, 종합병원 292개, 면세점 31개, 백화점 22개, 자동차 12개 등의 업종에서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가맹점이 많다.

평균 인상폭은 자동차(0.19%포인트·83억4000만원↑), 가전제품(0.16%포인트·1559만원↑), 면세점(0.10%포인트·1억2000만원↑), 골프장(0.08%포인트·1323만원↑) 등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빈번한 소액결제로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컸던 골목상권의 부담이 크게 경감되고, 가맹점 간 수수료 격차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액제의 정률제 전환으로 가맹점별 수수료가 조정되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수수료 수입이 원칙적으로 달라지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가맹점의 경우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현재 2.5%인 수수료율 상한을 8월부터 2.3%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밴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미리 반영해달라는 금융위의 요구를 카드업계가 수용한 것이다. 금감원은 수수료 정률제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는 않는지 8월 중 점검할 방침이다.

지자체별 전용 페이 검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의 공약 중에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페이 공약은 많은 눈길을 끌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이 각각 ‘서울 페이, 경남 페이, 인천 페이’ 도입을 공약했다. 갑자기 지자체별 전용 페이가 등장한 이유는 소상공인 내야 하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었다.

지역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신할 모바일 기반 간편결제시스템을 만들어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결제 방식에 대한 구상은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용자가 QR코드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역 내 가맹점에 가서 구매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가 지역페이로 결제하는 동시에 판매자의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와 중국의 알리페이 등의 모델을 표방한다.

하지만 지자체별 페이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지역페이 대상이 ‘지역 내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묶여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또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없기 때문에 지역페이를 준비 중인 일부 지자체에서는 온라인 가맹점 확보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페이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보조금과 각종 수당 등을 지역페이를 통해 지급하는 한편, 서울과 경남·인천 등 지자체 간 연계를 통해 사용지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역페이 구축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대거 발생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자체별로 서버와 시스템 운영을 위해 지자체 재원을 투입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지역페이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신기술 적용한 페이
지난 5월말 카카오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상공인이 직접 카카오에 QR코드를 신청하면 개인 상점의 QR코드가 만들어진다. 고객은 사업자 계좌에 연결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결제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고객의 카카오페이 계좌에서 소상공인의 계좌로 직접 입금이 된다는 것이다. 별도 단말기가 없어도 결제를 할 수 있다. 즉 소상공인 입장에서 내야 할 수수료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카카오페이·토스·케이뱅크 등)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를 개시하는 스타트업기업까지 참여했다. 이들은 QR코드, NFC, 블록체인, 음파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밴사나 전자결제대행업(PG)사를 거치지 않고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페이 결제’ ‘앱투앱 결제’ 활성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4월 ‘모바일 결제 활성화’ 간담회를 열고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은행 앱에서 바로 소상공인 앱으로 입금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의 고민거리였던, 카드수수료가 앞으로 낮춰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 첨단 기술로 수수료 0%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