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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개선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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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4호] 승인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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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그런데 얼마 전 시행을 코앞에 두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시행을 사실상 6개월 연기했다. 법은 그대로 두고 법 위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법을 어겨도 눈감아 주겠다는 법치도 있는가.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한다고 하지만 그 대상에 중견·중소기업만 포함되고 대기업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리도 나오고 계도기간이라도 직원이나 노조가 고발하면 범법 사업장 대표를 처벌해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산업현장은 여전히 혼선이다.

그동안 정책당국은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점에 대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겠다고 했다.
정책이 실험대상일 수 있는가. 정책의 시행 가능성과 그 효과 등을 면밀하게 따지는 노력은 아무리 철저해도 부족하다. 정책을 수립하고 법을 만들었지만 그 후의 상황이 달라질 경우 시행을 연기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다가 급하게 불을 끄려고 시행을 유예한 것을 보면 얼마나 준비가 소홀했는가를 알 수 있다. 사업주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시행하면서 근로시간에 어떤 게 포함되고 어떤 게 포함되지 않는지, 어떤 행위가 법을 어기는 것인지를 정부 담당부처도 잘 모른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9일 경총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6개월 정도 연기해 계도기간을 달라고 건의문을 냈을 때 “6개월 더 있어도 달라질 게 없다”고 하더니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에서 일손이 부족하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당국의 희망사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그대로 버티거나 기계화로 대처하거나 해외이전 등을 고려하며 고용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한다. 여러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고용의 원천인 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최근 정부는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이 “비가 많이 내려 건설업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구차하게 설명을 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건 우리의 과제다. 그런 과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대책도 마련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할 필요성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계절별로 생산 활동이 집중되거나 일시적인 주문이 쇄도하는 경우도 있고 업종별 특수사정도 있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공기를 단축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6일 “불가피한 경우 특별 연장근로를 인가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지만 근본적으로 제도를 손질하는 게 해법이다.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의 허용 한도를 6개월~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왜 고려하지 못하는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서 근로시간을 정하게 하는 걸 못하게 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지금은 육체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그런 노동을 하는 시대는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든다면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즐기는 생활,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것인가.

혼란을 수습하고 정책을 수정하는 건 현명한 일이다.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데도 결정된 정책을 고집하는 건 옳지 않다. 정책은 결코 실험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제도시행 6개월 유예보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옳다.

-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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