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권혁빈 스마일케이트 의장

일반인들에게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의장은 얼굴도 낯설고, 그의 회사명도 낯섭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 500대 부자 중에 한명이며, 한국 부자 순위 4위입니다. 이건희 회장, 서경배 회장, 이재용 부회장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재벌 2, 3세처럼 가업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막대한 재산을 증여받은 것도 아닙니다. 권혁빈 의장은 자수성가형 CEO입니다. 온라인 게임으로 중국 대륙을 강타한 성공한 CEO이기도 합니다.

권혁빈 의장의 부의 가치를 평가한 곳은 한국이 아닌 미국의 포브스와 블룸버그 같은 공신력 높은 해외 매체들입니다. 재미난 점은 심지어 그가 경영하는 스마일게이트는 상장회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만일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라면, 주가가 올라가고 시가총액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보유지분의 가치가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그 지분 보유량만큼 정확한 부의 측정이 가능하죠. 그렇지만 스마일게이트는 권 의장의 개인회사이자,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몸값 파악도 어렵습니다.

해외 유수의 매체들이 평가한 그의 자산 가치는 약 7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포브스와 블룸버그는 특정 개인의 부를 순위로 환산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스마일게이트라는 게임기업의 지적재산권의 가치가 무한한 잠재력 지녔다는 걸 간접적으로 평가한 거죠.

게임 시장의 숨은 대부호라 불리는 권혁빈 의장이 처음부터 성공신화를 쏘아올린 것은 아닙니다. 1999년 삼성전자 입사를 뿌리치고 온라인 교육 솔루션 업체를 차렸다가 실패를 합니다.
그러다 다시 자본금 5000만원으로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합니다. 이후에도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2004년 개발한 1인칭 슈팅게임 ‘헤드샷 온라인’을 개발했지만, 서비스도 못하고 종료가 됩니다.
스마일게이트의 파트너이자, 게임 공급사였던 야후코리아가 공교롭게도 경영악화를 겪던 시기라 출시도 못한 거죠. 수년간 개발한 게임이 빛도 못보고 접는다는 것은 초기 게임업체에게는 치명적인 경영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스마일게이트의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시장을 제패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입사를 뿌리치고, 두차례의 큰 사업 실패를 겪으면서도 권혁빈 의장은 자신만의 게임을 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슈팅게임의 개념을 잠시 설명하면, 게임 플레이어가 1인칭 시점에서 게임을 하면서 총을 쏘는 등 상대방을 공격해 이기는 게임 장르입니다.

2004년 이후의 과정도 게임처럼 드라마틱 합니다. 2007년부터 크로스파이어의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하는데, 당시 경쟁 게임인 ‘서든 어택’에 밀려 국내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그러다 2008년 중국에 크로스파이어가 진출하면서 하루 아침에 대박을 칩니다. 2010년 중국 동시 접속자 수 180만명을 넘기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합니다.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대박 인정을 받은 크로스파이어가 다시 한국에 들어온 시점은 2013년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별 인정을 못 받은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글로벌화의 길을 걷는 사례가 이처럼 종종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크로스파이어는 지금 이 시간에도 글로벌 동시 접속자수 800만명에 달합니다. 매출이 1조5000억원이 넘을 걸로 추정된다고 하니, 게임 한 작품이 떴을 때 그 파장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성공 게이트를 열게 해준 크로스파이어가 수많은 1인칭 슈팅게임들을 제치고 중국에서 대박을 친 것은 한마디로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 잡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쉽게 즐기게 해줬습니다. 슈팅게임이 낯선 어른들도 일단 게임을 진행하면 몰입하게 만드는 환경(보편성)을 만들어줬습니다.
특수성은 현지화 전략입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이나 황금색을 사용하고, 총에는 용그림을 새겨 넣기도 합니다. 중국 전통의상과 중국어 간판도 게임 곳곳에 보입니다. 거부감 없는 게임으로 현지화 안착에 성공한 비결입니다.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가 때 아닌 드라마 속 배경으로도 등장했었습니다. 히트작인 ‘밥 잘 사주는 여자’에서 남자주인공 정해인이 다니는 회사가 바로 스마일게이트였습니다.
이제는 우리들의 일상에 조금 더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스마일게이트. 적은 돈으로 국내 대기업을 제칠 만큼 성장한 스마일게이트의 성공신화를 보면 권혁빈 의장과 같은 젊고 도전적인 CEO가 세계무대에서 얼마든지 빛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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