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처음으로 4000억달러대를 찍었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21년 만에 외환보유액이 10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최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03억달러로 한달 전보다 13억2000만달러 늘었다.
외환보유액은 3월 3967억5000만달러, 4월 3984억2000만달러, 5월 3989억8000만달러에 이어 4개월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벽을 뚫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21년 전 한국은 보유 외환이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불과 39억달러였다.
당시 트라우마로 이후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쌓는데 각별히 신경 써왔다.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뒷받침되며 외환보유액은 계속해서 늘었다.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000억달러, 2005년 2월 2000억달러, 2011년 4월 3000억달러 벽을 차례로 넘었다. 3000억달러 돌파 이후 7년 2개월 만에 4000억달러 기록도 세웠다. 1997년 말과 견주면 외환보유액이 1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외환보유액 증가 배경으로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가 나고 있다”며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IMF는 나라별로 경제 규모, 대외부채 등을 고려할 때 적정한 정도의 외환보유액 기준이 있는데 4000억달러는 IMF가 제시한 적정 수준에 포함돼 있다”며 4000억달러 돌파에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5월 기준)은 중국(3조1106억달러), 일본(1조2545억달러) 등에 이어 9위 수준이다.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은 외환보유액으로 대표되는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안정성이 크게 향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1년 미만) 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 286.1%에 달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화 빚이 보유고 안에 들어 있는 돈보다 3배 가까이 많았던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 74.0%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30.4%로 떨어졌다. 민간 부문의 대외자산을 포함한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대외투자-외국인투자)은 3월 말 기준으로 2765억달러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민간 대외자산 증가는 한국 경제 대외 신인도의 기반이 된다”며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며 이를 주요 이유로 지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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