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으로 가는 길…일단 단어·표현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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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으로 가는 길…일단 단어·표현부터 바꿔라
  • 노경아 자유기고가
  • 호수 2176
  • 승인 2018.07.16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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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 부엌데기, 얼굴마담, 여편네, 미망인, 편모슬하, ○○녀…. 사용해선 안될 성차별 말들이다. 미망인의 경우 남편을 여읜 여성을 일컫는데 ‘아직 남편을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이다. 얼마나 잔인한 말인가. 더욱이 아내가 먼저 죽었다고 남편을 미망인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없는 걸 보면 생뚱맞기 그지없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여자가 울면 3년간 재수가 없다’‘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 된다’ 등 여성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속담도 많다. 모두 과거 남성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시대착오적 발상이 낳은 산물들이다.
남녀가 동등하게 경쟁,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언어가 먼저 바로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성평등 주간(7월1~7일)을 맞아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발표한 ‘성평등 언어 사전’은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성차별 단어와, 바꿔 써야 할 올바른 표현을 살펴보자. 
시민 의견 608건 중 가장 많은 100건은 여직원, 여교수, 여의사, 여비서, 여군, 여경, 여사장처럼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붙는 ‘여’자를 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여씨가 아닙니다”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인다. 학교명만 쓰는 남자고등학교와 달리 여자고등학교에 ‘여’자를 붙이는 것 역시 성차별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총각은 처녀작을 못 만드나요”라는 이유를 들어 ‘일이나 행동을 처음 한다’는 뜻의 수식어 ‘처녀’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처녀작’ ‘처녀출전’ 등의 단어를 ‘첫 작품’ ‘첫 출전’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또 꼭 엄마만 끌어야 할 것 같은 의미의 ‘유모차’(乳母車)는 ‘유아차’(乳兒車)로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 “아빠는 유모차를 끌 수 없나요”라는 이유가 눈에 띈다. 
이 밖에 서울시 성평등 언어 10건에는 △여성의 대명사를 ‘그녀’로 표현하는 대신 ‘그’로 표현하기 △인구 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저출산’(低出産·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을 ‘저출생’(低出生·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뜻)으로 바꾸기 △‘미혼’(未婚·아직 결혼하지 않음)을 ‘비혼’(非婚·결혼하지 않은 상태)으로 바꾸기 △‘자궁’(子宮)을 세포를 품은 집이라는 뜻의 ‘포궁’(胞宮)으로 바꾸기 △몰래 하는 장난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몰래카메라’를 범죄임이 명확한 ‘불법촬영’으로 바꾸기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가리키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를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기 등이 포함됐다.
강경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습관적으로, 혹은 대체할 말이 없어서 성 차별적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며 “시민들이 제안한 성평등 언어가 서울시의 생활 속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노경아 자유기고가(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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