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대한통운 이은 세번째‘CJ 기둥’맡아
‘월드베스트 CJ’로드맵 주도

지난 1일 CJ 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면서 새로운 CJ ENM이 탄생했다. 존속법인은 CJ오쇼핑이며 CJE&M은 소멸된다. 이렇게 되면 통합법인 CJ ENM은 CJ오쇼핑의 상품기획 역량과 기존 CJE&M의 콘텐츠 개발 능력을 합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 전문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서로 다른 업태였던 온라인·TV 전문 커머스 기업과 콘텐츠 전문 미디어 기업이 통합해 새로운 조직으로 재탄생한 건 거의 드문 사례일 것이다. 통합법인이라고 해도 기존 두 조직의 사업구조에는 큰 변동은 없다. 그리고 이 통합조직을 융합하고 이끌어갈 대표로 허민회 대표가 뽑혔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는 허민회 대표가 걸어온 경영자의 길과 그가 어떻게 유통과 미디어 합병 법인을 이끌어 나갈지 분석해 봤다.

그룹의 구원투수 허민회
특히 허민회 대표는 CJ그룹 안에서 입지가 탄탄한데, 그는 그룹에서 여러 핵심 계열사의 경영을 두루 맡아왔다. 일단 허 대표는 경영이 어려운 계열사에 투입된 적이 많고, 맡은 계열사에서는 반드시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내 ‘해결사’ 혹은 ‘구원투수’로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전문경영인이 계열사 CEO를 두루 맡으면서 성공적인 경영 정상화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의 탁월한 능력도 있겠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거쳐 온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나열해 보면, 1989년 CJ제일제당 자금팀에 입사한 이후 CJ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2012년 CJ푸드빌 대표이사에 올라서며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는다. 이어 CJ 경영총괄 부사장을 맡았다가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해 탄생한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로는 2016년부터 CJ오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돼 조직을 잘 이끌어 왔는데, 이전까지 뒷걸음질하고 있던 CJ오쇼핑을 성장세로 돌려놓는데 성공하며 그의 경영능력의 최고점을 찍고 있다. CJ오쇼핑은 허민회 대표 이전에 2명의 대표이사가 재임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낙마하는 등 경영실적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 업계에서 CJ오쇼핑은 GS홈쇼핑과 함께 양강 대결을 하고 있던 강자였다. 그러다 홈쇼핑 외형을 진단하는 취급고 기준으로 4위로 밀려난 상황이었다. 2016년 허민회 대표가 등판한 뒤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사상 최대 취급고인 3조7400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허민회 대표에 대한 그룹의 신뢰와 권한 강화가 상당히 전폭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일 CJ오쇼핑과 CJE& M의 합병법인 CJENM이 공식 출범할 때, 그룹 내외부에서는 CJ 오쇼핑 대표이사인 허민회 대표와 김성수 CJ E&M대표가 공동대표로 통합조직을 이끌어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우세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전혀 다른 업태의 통합이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각 사업의 전문경영인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구조로 전망할 수 있었다.
그런데, 허민회 단독대표로 오쇼핑과 E&M의 사업을 통합해서 맡게 되자 CJ그룹이 새로운 변화에 힘을 쏟는 결정이 아니었느냐 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커머스는 세계적 추세
여기서 허민회 대표가 미디어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경영 능력이 있느냐를 궁금해 할 수 있는데, 그는 이미 CJ오쇼핑에서 미디어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CJ오쇼핑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회사에는 10편이 넘는 다양한 미디어 커머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CJ오쇼핑은 2017년부터 유명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인 ‘그리드잇’‘72초’ 등과 협업해 재미난 영상을 각종 SNS에 방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CJ그룹의 전문채널인 tvN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와 함께 한 ‘코빅마켓’이라는 미디어 커머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쇼핑 전문 기업인 CJ오쇼핑이 미디어 커머스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웹드라마, 푸드쇼, 쇼핑버라이어티, 리얼리티 예능 등 젊은 소비자 층이 좋아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상당히 혁신적이고 발 빠른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 허민회 대표가 CJ ENM을 통합하는 조직의 CEO로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점도 그가 서로 다른 업태인 쇼핑과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경영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라고 하면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업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와 쇼핑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 형태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고 해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들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미국 영화사인 ‘앰블린파트너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미디어 커머스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 앰블린파트너스란 영화사는 흔한 미국 중소 영화사가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대표로 있는 잘 나가는 곳이다.
이밖에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도 아니며, 디즈니가 디즈니랜드 등 자사 캐릭터 콘텐츠를 이용해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방문객들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도 미디어 커머스 기업의 유형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업들은 미디어 커머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있지는 않지만, 흥미롭게도 인기 유튜버들 사이에서 직접 유튜브 방송 안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튜브는 잘 알다시피 온갖 영상 콘텐츠물들이 집합하는 세계 1위의 콘텐츠 영상 플랫폼인데, 이 안에서 작은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유튜버들이 유통과 미디어 산업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재현 회장 복귀 이후 변화
CJ그룹은 사실은 국내 어떤 기업들 보다 새로운 유행과 트랜드에 민감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CJ E&M이 출범할 때도 재계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디어 콘텐츠라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상품화하는 일은 덩치가 큰 대기업일수록 쉽지가 않기에 그렇다. 게다가 다른 제조업이나, 유통업과는 경영방식이 완전히 다르기에 더 그렇다. 그만큼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CJ ENM도 CJ그룹이었기에 가능한 혁신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CJ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조직 개편을 계속하고 있다. 복귀하자마자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하기도 하고, 50대의 젊은 CEO들을 앞세워 주요 계열사를 책임지게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상황으로 보면 CJ그룹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 업체로 CJ제일제당이 식품·바이오를 책임지고 CJ대한통운이 물류를 앞세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누가 뭐라고 해도 CJ그룹에 있어 가장 큰 양대 기둥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세번째 든든한 기둥이 바로 CJ ENM이다.
이재현 회장은 복귀 이후 ‘월드베스트 CJ’(World Best CJ)를 외치고 있는데, 이 경영목표를 보면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해외매출 비중 70%에 이어 3개 이상의 기업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겠다는 깊은 야망이 숨겨져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이 월드베스트 CJ를 위한 3개의 기둥이자, 성장엔진이라는 뜻이다.
허민회 대표가 CJ ENM의 대표로 어떤 비장의 경영전략 카드를 꺼내들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경영 성과들이 반드시 이번 CJ ENM의 성공을 보증하는 수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CJ ENM을 CJ그룹의 변곡점으로 삼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이기에 허 대표가 앞으로 선택하는 경영판단들은 CJ ENM은 물론 CJ그룹의 월드베스트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허민회 대표는 일생일대의 도전에 뛰어들었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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