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새로운 경영 트렌드

세계경제를 이끄는 기업은 대규모 파괴적 혁신으로 언제든 상황을 반전시킨다. 특히 더 빠르게 나가기 위해 ‘디자인 경영’을 중시한다. 소비자들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에 있어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만큼 확실한 성공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는 2009년 창립 초창기만 해도 매주 200달러의 매출을 보였던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핵심적인 돌파구로 디자인을 주목했다. 예컨대 집주인들이 자신들의 집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스타트업은 문제의 돌파구를 데이터와 기술로 해결한다는 게 철칙이다.

이와는 반대로 에어비앤비는 고객들에게 직접 뛰어들었고, 고객과 이용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연결성을 느끼도록 서포트했다. 디자인 경영이라는 것은 보여지는 어떤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결성을 확대하는 광의적인 개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이제 기업가치 310억달러에 달한다. 디자인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강조하는 배경에는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출발한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립자들의 출신 학교도 영향이 깊다. 최고제품책임자 조 게비아와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출신이다. 디자인이야말로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라는 생각을 에어비앤비는 항상 명심하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은 최고 디자인 책임자를 고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디자인은 초연결 사회의 혼란에 질서와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이라면 어김없이 디자인 센터를 두기도 한다. 디자인 경영은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같이 글로벌 제조 기업에만 필요한 필수 조건이 아니다.
2013년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acenture)는 유수의 디자인업체 피오르드(Fjord)를 인수했고, 같은 시기에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도 창의적인 디지털 컨설팅업체 BGT를 인수했다.

이밖에도 2015년 매킨지(McKinsey)는 실리콘밸리의 디자인 기업 루나(Lunar)를 흡수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프로(Wipro)도 같은 시기에 디자인잇(Designit)을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디자인 에이전시 쿠퍼(Cooper)를 인수했다. 인수합병(M&A)이라는 거대한 계획도 실행하지만, 당장 직원들을 교육키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전파하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일류기업들의 대부분이 디자인 스쿨과 연계해 직원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목표는 뚜렷하다. 글로벌 기업에 입사한 MBA 출신들이 디자이너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무튼 애플의 디자인 혁신이 주춤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떠오르는 디자인 혁신 기업은 테슬라(Tesla)다. 지난해 12월 LA모터쇼에 깜짝 참가한 테슬라는 ‘미래의 집’(House of the Future)이라는 전시공간을 보여줬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지붕과 전기 배터리 저장장치 파워월로 구성하고 테슬라 자동차 모델 중 인기가 높은 모델 X, 모델 S, 그리고 최근 출시된 모델 3를 선보였다.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친환경 첨단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을 자신들의 기업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곳이다.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평가하는 요소 중에는 테슬라가 스스로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추진하는 사업은 자동차 생산 자동화, 자율주행 능력, 자동차를 사물인터넷처럼 자동으로 업데이트 하는 기술 등 정말 다양하다. 그 결과 테슬라가 내세운 새로운 패러다임의 흔적들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과정에도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 구매 경험에 있어서도 급진적 방식을 취했다. 자동차 매장을 쇼핑몰에 입점시키고,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게 해 구매 경험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은 기존 판매 방식인 대리점에서 차를 살 수 밖에 없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에너지를 만든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방식은 정말 신선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디자인 경영이 숨어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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