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제조만으론 한계, 종합서비스 모색
‘유통·경정비’로 백년기업 도약

한국타이어는 1955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타이어 제조회사로서 반세기가 넘는 동안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국내 최대 경쟁기업인 금호타이어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 있지만, 백년기업을 목표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요즘에 타이어 제조회사에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조금씩 유통회사로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신은 타이어 제조회사의 수익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에 그렇다. 타이어 제조만으로는 심각한 경영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타이어의 변신은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다른 경쟁사들도 하나같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타이어 제조회사에서 유통회사로의 변신은 경영난을 해결하는 하나의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은 과감하게 유통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분위기다. 글로벌 타이어 제조회사 중 2위인 미쉐린은 2014, 2016년에 독일 타이어 유통회사를 인수합병(M&A)해서 유럽 유통사업의 체계를 잡았다. 글로벌 타이어 제조회사 1위인 브릿지스톤과 3위인 굿이어는 최근에 합작법인을 세워서 도매 유통망을 하나로 통합하기도 했다.

일단 한국타이어가 직면한 세계시장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국내 타이어 시장을 먼저 보면, 업황 자체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 타이어의 지난해 판매량은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을 통틀어 9300만개였는데, 이는 2009년 8800만개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수치다. 수출물량도 지난해 6800만개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7000만개 지지선이 무너져 버렸다. 종합해서 설명하면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국내 타이어 제조회사들은 지금 내수와 수출에 있어 판매량 감소세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이다.

국내 타이어 시장은 자동차 시장과 마찬가지 현상으로 수입 제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사실상 공급량의 포화상태에 직면해 있다. 품질이나 가격 경쟁이 무지 치열하다. 선진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타이어 제조회사들은 뛰어난 하이테크 기술력으로 품질 우위를 보이고 있다면, 후발그룹인 중국과 동남아 제조회사들은 자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낮은 가격을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이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8% 줄어들어 7934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경영실적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 않았다.

타이어유통 체인점 ‘티스테이션’
오랜 고민 끝에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유통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과 마케팅 투자가 필수조건이기에 쉽지 않은 방향 선회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타이어 제조 보다 유통 쪽이 마진률이 더 커서 투입된 자금이 아깝지 않게 금방 실적 호조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타이어는 6조8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유통 부문 매출은 1조원 가량이다. 2020년 안에 유통 부문 매출을 2배로 올리겠다고 하니까 한국타이어가 얼마큼이나 유통 사업에 승부를 걸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타이어는 최근 1~2년 사이에 글로벌 M&A 시장에 큰 손으로 나서 해외 타이어 유통업체를 인수하는 등 아주 바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타이어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수익성 향상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는 중장기 경영전략이다. 유통회사로의 변신이라는 중차대한 미션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다.

일단 한국타이어는 유통 혁신을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은 충분하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연구소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타이어는 전국에 500여개가 있는 타이어 유통 전문 체인점인 ‘티스테이션’을 통해서 다양한 브랜드의 타이어를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티스테이션에서 한국타이어만 파는 게 아니라 미쉐린, 맥시스, 콘티넨탈 등 다른 타이어 제조회사의 제품도 30%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티스테이션은 한국타이어가 유통회사로 나아가는 아주 중요한 브랜드인데, 티스테이션에서는 자동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타이어뿐만 아니라 다른 경정비 서비스를 통해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애프터마켓이라고 할 수 잇는 소모품·튜닝 등 각종 부품 시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데, 서울 강남 지역 7곳에 ‘HK오토모티브’라는 회사를 설립해 고급 수입차의 경정비 서비스까지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푸조와 시트로엥을 공식 수입하던 한불모터스의 서울 청담 전시장까지 인수하면서 수입차 딜러 사업도 신규로 시작했다.

글로벌 유통기업 M&A 활발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제조, 유통, 경정비, 튜닝 서비스 등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뿐 거의 모든 주요 서비스를 커버하는 수직계열화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다변화는 조현식 부회장이 본래 유통 관련 업무를 맡던 한국타이어 한국지역본부 마케팅·세일즈부문 리테일담당조직을 지난해 유통사업본부로 격상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부터 도소매가 뒤섞여 있었던 국내 유통망을 소매 중심으로 개편을 하면서, 온라인몰 사업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타이어가 유통회사로의 경영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롤모델로 삼는 곳이 두곳이 있는데, 미국의 ‘디스카운트타이어’와 유럽의 ‘유로마스터’ 같은 대형 타이어 유통회사들이다. 먼저 유로마스터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이 직접 운영하는 곳인데, 미쉐린 타이어 말고도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티스테이션이 타사 제품 30%까지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여기에 기반했다고 본다. 또한 미국의 디스카운트타이어도 전 세계 타이어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멀티숍 가운데 하나로, 한국타이어의 티스테이션이 참고하는 교본이다.

국내 유통망에서도 변신을 하고 있다면, 해외시장에서는 다른 기업을 M&A하면서 글로벌 유통회사로 나가는 도전을 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최근 몇년 사이 굵직한 투자를 결정했는데, 우선 최근 독일의 프리미엄 타이어 유통회사인 ‘라이펜-뮐러’ 지분을 100%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이펜-뮐러는 독일 시장에서 5위 정도하는 곳인데, 승용차, 트럭, 버스용 타이어를 연간 240만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 유통회사가 가지고 있는 선진 유통시스템을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매장에 도입하고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으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초에도 호주 최대 타이어 유통회사인 ‘작스타이어즈’를 인수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호주의 한국타이어라고 할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은데, 1949년에 호주 시드니에 1호점을 설립한 이후 80여개의 체인망을 확대해 왔다.

어찌됐든 작스타이어즈 인수도 그 경영적인 의미가 깊지만, 독일의 라이펜-뮐러를 품에 안은 것은 아주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유럽시장은 한국타이어의 매출 가운데 30% 가량이 나오는 중차대한 시장인데, 그 가운데 독일은 유럽 내 자동차 산업 핵심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타이어 유통망이 세계에서 최고로 다양한 곳이다.

한국타이어 3세경영 본격화
특히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 헝가리에 제조공장을 증설했는데, 이 모든 것이 유럽시장에서 승용차에서 트럭, 버스 등 타이어라는 타이어를 한국타이어로 굴러다니게 할 전략 중에 하나로 보면 된다. 헝가리 공장에는 기존에 연간 1800만개의 승용차 타이어가 생산될 수 있었으며, 이번 증설은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 생산라인을 추가한 것으로 3년 안에 연간 55만개 규모로 늘린다는 것이다.  유럽에는 스카니아 트럭이나 만 트럭 등 글로벌 상용차 업체가 많다. 이들을 타겟으로 삼기 위해서는 독일의 라이펜-뮐러와 같은 유통 체인망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타이어의 3세 경영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동안 차근차근히 경영수업을 받아왔었다. 지난 19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뒤로 마케팅본부장을 거쳐서 지난 2004년 부사장에, 201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연말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으로 오르면서 한국타이어의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주사이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데, 글로벌 M&A를 담당하는 성장전략팀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산하 부서로 속해 있다. 어찌됐든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타이어의 다음 도약의 핵심 축을 비(非)타이어 분야인 유통과 자동차 경정비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그의 선택이 100년기업으로 가는 도약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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