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유커 윔블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유커 윔블던이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빗대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인인 한국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지수와 상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0.45로 다우지수산업평균지수와의 상관계수보다 1.5배 이상 높게 나온다. 같은 기간 중 위안화와 원화 간 상관계수는 무려 0.60에 달한다. 주식시장보다 외환시장에서 유커 윔블던 현상이 더 심하다는 의미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중 간 마찰이 본격화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계수가 더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2014년 12월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토대 위에 중국 수출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인상을 계기로 대발산(GD·Great Diver-gence)’이 재현되는 것도 원인이다.

Fed의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로 미국 경제는 ‘외자 유입→자산가격 상승→부(富)의 효과→추가 성장’ 간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신경제’와 ‘슈퍼 달러’ 시대를 맞았다.
반면 신흥국은 자금이탈에 시달리면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그린스펀-루빈 쇼크’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무역마찰은 쉽게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 주도권 싸움인데다 경제발전단계 차이가 워낙 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쉽게 줄어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스트롱맨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 입장에서도 밀리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 또한 부담이다.

미·중 무역마찰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세계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이 약화되고 있는 점이다. GVC란 ‘기업 간 무역’과 ‘기업 내 무역’을 말한다. GVC가 약화되면 세계교역량이 위축돼 중국, 한국과 같은 수출지향적인 국가일수록 타격을 받는다.

중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약세 유도 등으로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6.2위안대까지 강세를 보였던 위안화 가치가 최근에는 6.8위안대 진입이 초읽기에 몰릴 정도로 급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됐던 위안화발 금융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난다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이 얼마나 높으냐와, 다른 하나는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는 글로벌 정도에 좌우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최근 우려대로 위안화발 금융위기가 발생된다 하더라도 미국식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소지는 적다.

그 대신 위기 비용을 중국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JP 모건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이 큰 국가를 ‘취약 5개국’(F5·Fragile 5), 모건 스탠리가 중국 문제로 충격이 큰 국가를 ‘투자불안 10개국’(T10·Troubled 10)으로 구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T10’의 대표국가다.
우리 정부의 정책과 중소기업의 대응전략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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