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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만기친람'은 리더의 자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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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8호] 승인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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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 제갈량은 북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북방에 강력한 위나라와 사마의라는 강적을 두고 있는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또한 선주(先主)였던 유비에 대한 충성심과 그 후계인 유선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위나라를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는 큰 부담이 있었다.

그 심경을 잘 말해주는 것이 바로 ‘침불안석 식불감미’((寢不安席 食不感味)라는 구절이다. ‘자리에 누워도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고,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뜻으로, 제갈량이 북벌을 떠나며 올린 <출사표>에 나오는 글이다.
북벌 당시 오장원의 전투에서 일어난 고사가 제갈량이 가졌던 고민을 잘 말해준다.

오장원에서 위나라 군대와 대치하고 있을 때, 제갈량이 부인용 머리 장식과 장신구들을 사마의에게 보냈다. 지구전을 펼치는 사마의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도발임을 알고 웃어넘기며 사신에게 물었다.“승상께서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 식사는 잘하시는가?”

그러자 사신이 걱정하는 빛을 띠며 대답했다.“승상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파묻혀 계시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사마의는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많으니 어떻게 사람이 견디겠는가?”

이 말은 ‘식소사번 안능구평(食少事煩 安能久平)’이 원문이다. 원정군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가 눈앞의 전투에만 신경을 써도 이기기 어려운 판에 먹는 것까지 거를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은 결
정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사신이 그 사실을 보고하자 제갈량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하지만 선주(先主)의 유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구나.”

여기서 우리는 탁월하지만 지나치게 청렴결백했던 신하의 한계를 볼 수 있다. 제갈량은 타고난 책임감으로 무장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일을 했으며, 또한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해야 만족하는 완벽주의자라는 문제가 있었다.

제갈량의 한계는 모든 일을 자신이 처리하려고 한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자세이다.
‘만기친람’은 ‘임금이 온갖 정사를 일일이 몸소 다스린다’는 뜻으로 <서경>에 나오는 글이다. 원문에는 ‘하루 이틀 사이에도 만 가지가 넘는 조짐이 있을 수 있으니 모든 관료들이 작은 일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좋은 뜻으로 썼지만 오늘날의 의미는 좀 다르다.

이미 한두 사람의 지도자나 관료가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세상 일이 너무나 복잡해졌고, 전문성이 필요하게 됐다. 또한 매사에 직접 관여하는 리더의 이런 자세는 부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조직을 침체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하들의 능력을 키우고 뛰어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결함이 있는 것이다.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자신의 능력을 믿고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는 부지런함보다는, 아랫사람들에게 업무를 이양하고 그들이 잘하도록 후원하는 자세가 훨씬 더 필요하다. 그리고 작은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크고 원대한 계획을 세워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만기친람의 자세는 지도자를 과로하게 하고 건강을 해친다는 문제가 있다.

혹시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일에 몰두하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것이 결코 자신과 조직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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