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현(지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단어 중의 하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블록체인’이다.

그러나 우리  블록체인 업계는 최근 지독한 인재난을 겪고 있다. 인력풀이 협소한데다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인력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스타트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에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있다고도 한다.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가상통화공개(ICO) 금지때문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ICO는 기업공개(IPO)와 같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를 발행해 자금과 고객을 끌어들이는 절차다. 하지만 ICO가 금지돼 있어서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고 시장도 정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ICO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 등 몇 나라가 안 된다. 업계에서는 ICO를 허용하면 해외 개발 인력들이 몰려들고 스타트업들도 기존의 복잡한 펀딩 절차 없이 간단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네이버는 일본에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해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전문 자회사 언블락도 설립했다. 카카오도 올해 블록체인 개발 자회사 `그라운드X`를 일본에 설립했다. 설립 후 4개월간 100명 가까운 직원을 채용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국 벤처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일본에서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현지에 기반을 둔 법인이 있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규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블록체인의 대표 서비스 중에 하나가 가상화폐인데,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발행을 위한 공개투자모집을 금지하고 있어 우선 규제 우려가 없는 일본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가상화폐공개(ICO)와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관련 기업들이 싱가포르, 스위스 등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가상화폐의 부작용이 먼저 부각되면서 블록체인과 관련해서도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고 인력들도 따라 나가면서 국내 블록체인 관련 생태계가 이미 망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유수의 인터넷 기업이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팀을 꾸렸는데, 상당수 인력이 한국 인재들이라고 한다.

금융과 IT, 두가지 분야에서 한국 인재들이 상당한 지식과 역량을 갖고 있는데, 정작 이를 합친 분야에서는 규제에 막히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이 IT 테스트베드로 각광받아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었다. 단순 테스트베드에 불과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지만 게임, 포털, 메신저, 모바일 등에서 한국 벤처들이 상당한 일자리와 투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이 규제에 막혀 1~2년 허송세월하면, 생태계를 중국, 일본에 빼앗기고 결국 한국 내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ICO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양성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 박성현(지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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