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명품시장 1세대 전용준 회장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 중에는 한국의 토종기업들이 100% 지분을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가 그러한 경우인데요. 원래 루이까또즈는 1980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대표 패션 브랜드였습니다.

루이까또즈의 이름도 프랑스의 고급스러운 귀족 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다는 의미로 루이 14세(까또즈)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겁니다. 루이까또즈의 브랜드 로고 모양은 장미를 본떴습니다. 절대왕권이었던 루이 14세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화려하게 지은 베르사이유 궁전의 상징이 바로 장미였기 때문이죠.

그러다 2006년 루이까또즈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기업명만 들어도 토종 한국기업인 태진인터내셔날이 이 브랜드를 전격 인수해 화제를 일으키게 되죠. 태진인터내셔날은 이에 앞서 지난 1990년부터 루이까또즈의 라이선스를 획득해 국내 유통을 시작했었습니다.

루이까또즈 입장에서는 태진인터내셔날은 수많은 라이선스 유통기업 중 하나였는데, 2006년에 태진인터내셔날이 프랑스 본사를 인수하면서 경영권까지 가져오게 된 겁니다. 이를 두고 꼬리가 몸통을 삼킨 사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업적을 성사시킨 인물이 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회장인데요. 그는 단순하게 경영권을 인수해 수익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루이까또즈의 명성을 키워나갔습니다.

줄곧 한국시장에서 루이까또즈를 프랑스의 전통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2006년 인수할 당시 루이까또즈의 매출은 438억원이었는데요. 단 5년만인 2011년 2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공적인 성적표를 냅니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토종 브랜드가 됐음에도 전 회장이 루이까또즈의 본래 이미지를 잘 유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프랑스 문화예술공헌훈장인 슈발리에를 수상하게 됩니다.
패션의 본 고장 프랑스에서 인정받은 전 회장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의 대표 패션 경영자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전용준 회장을 두고 한국 패션업계에서는 1세대 한국 명품시장을 연 선구자로 비유합니다. 그는 1980년부터 삼성물산에서 재직했는데, 회사의 특성상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한국은 글로벌화의 물꼬가 트기 전이었기 때문에 전 회장이야말로 해외 패션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겁니다. 1990년대 한국에 소위 럭셔리 시장이 열리기 전에 일찍이 해외 브랜드를 발굴한 안목은 탁월했다는 거죠.

문제는 앞으로의 한국 패션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각종 브랜드들이 고가와 저가의 양극화로 나뉘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가 브랜드야 핸드백 하나에 수천만원도 호가하는 부류가 있고요, 저가 브랜드는 SPA라고 해서 유니클로, 자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루이까또즈는 대중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이른바 매스티지(masstige) 전략을 써왔는데요. 고가와 저가 브랜드 중간지대에 놓여 있는 형국입니다. 고가와 저가 브랜드의 득세 때문인지 2014년부터 루이까또즈는 1000억원대 후반의 매출로 꼬꾸라집니다.

그렇지만 전용준 회장의 내공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패션 경영자이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중국 내 형성된 매스티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1990년대와 2000년대와 비슷하게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토종기업인 루이까또즈가 중국의 명품 시장에서 어떤 활로를 찾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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