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트렌드 예측,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공가도
‘상하 브랜드’로 3조 매출 도전

국내 유제품 시장을 주도하는 3대 기업은 매일유업,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이다. 그런데 유제품 시장은 출산율이 감소하고 소비자들의 먹거리 트렌드가 급변화하면서 현재 성장한계에 직면해 있고, 일부 기업은 수익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제품 3대 기업들 모두 지난 10여년간 새로운 위기와 담대한 도전의 갈림길에서 여러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이들 기업 중에 매일유업은 유제품 전문기업을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일단 매일유업은 흥미롭게도 1960년대 정부가 ‘종합낙농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 민간과 정부의 합작 법인으로 탄생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서 매일유업은 순수한 민간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지금의 유제품뿐만 아니라 커피, 주스, 치즈와인, 유아복, 외식사업 등을 펼치며 지금의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정확한 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매일유업은 1969년 2월 농어촌개발공사가 설립한 한국낙농기공이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생은 공공기관 형태였던 것이다. 창립 멤버였던 고 김복용 전 매일유업 회장이 민간인으로 합작투자하며 탄생하게 됐는데, 이후에 매일유업은 1974년 국내 최초로 조제분유를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분유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 매일유업인 것이다. 매일유업이 민간기업으로 완전히 옷을 갈아입고 변신하는 시기는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고 김복용 회장이 2대 주주였던 농수산물유통공사 주식을 전량 매입하면서 시작된다.

민간기업으로서의 출발을 ‘제2의 창업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매일유업이 2000년부터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사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기에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 합작투자로 M&L을 설립하면서 와인전문회사 ‘레뱅드매일’을 창립한 사례다. 2001년에는 이탈리아의 패션기업인 ‘아트사나’와 판매 계약을 맺고 출산·유아용품 판매 사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김복용 회장이 타계한 뒤 2008년이 되어서야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정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지금의 매일유업을 이끌어 오고 있는 중이다.

2006년부터 제3 창업의 길
고 김복용 회장 타계 이후 매일유업은 이른 바 ‘제3의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다채로운 확장을 시작하게 되는데, 2006년에는 외식사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을 출범시킨 것이 그 핵심 원동력이 됐다.

2008년 김정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진두지위하면서 매일유업은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탈바꿈하는 사업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하는데, 2008년 인도요리 레스토랑 달(Dal) 매장을 오픈하고 샌드위치 카페인 ‘부첼라’를 인수하면서 유제품 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시작한다.
2009년에는 상하이식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크리스탈 제이드’와 로스팅 에스프레소바 ‘커피스테이션 폴바셋’을 오픈한다. 그리고 2010년에는 치즈 전문 생산업체인 ‘상하’를 흡수합병하고 2013년 폴바셋 외식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인 엠즈씨드를 설립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매일유업은 그간 레스토랑·와인·주류·베이커리·커피·농축산물 시장에 진출하면서 일식 프렌차이즈 ‘만텐보시’ ‘타츠미즈시’ ‘야마야’를 비롯해 수제버거 전문점 ‘골든버거리퍼블릭’과 인도카레 전문점 ‘달’ 등 수많은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 가운데서도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지난 7월 매일유업이 매우 실험적인 신규사업으로 ‘파머스빌리지’라는 브랜드로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관광 호텔 서비스 사업이라기보다는 다목적 호텔을 지향하는 신규사업으로, 파머스빌리지는 전북 고창에 위치한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인 상하농원에 위치해 있고 3층 높이에 41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상하농원의 색다른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 유제품 업계에서는 거의 선도적으로 2016년 만들어진 상하농원은 ‘농어촌 체험형 테마파크’로 처음 문을 열었으며, 사람들에게 자연 속에서 동물과 교감하고 농부의 정성이 담긴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했는데, 방문자 사이에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개장 이래 지금은 연간 약 20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방문하는 여행 명소가 돼 김정완 회장의 역작이라고도 불린다. 요즘 여러 식품기업들이 체험형 테마파크를 계획하거나 운영하고 있는데, 상하농원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손꼽히고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파머스빌리지는 단순하게 여행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부터 단체 여행객까지 모두 잡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전략적인 숙박시설이다. 여기에 숙박하는 사람들은 상하농원에 방문해 유기농 식품을 생산하고 배우고 즐기는 체험 교육 공간이 되기도 하고, 식당, 카페, 온천 등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이렇게 매일유업이 지난 10여년 동안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대로 유제품 시장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에 그렇다. 우선 사람들이 우유와 분유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유와 분유 등 유제품이 소비가 준다고 갑자기 공급물량을 이에 맞춰 탄력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재고량 관리 싸움을 해야 한다. 특히나 국내 원유의 경우 대부분 농장에서 직접 받아오기에 수급을 줄이면 일반 농장주가 피해를 안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2010년 대비 재고물량은 2016년까지 20배나 늘어났다. 확실히 유제품 전문기업들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인 게 분명하다.

위기 속에서도 성장 정주행
그런데 김정완 회장은 유제품 시장의 고난 속에서도 매일유업을 매일매일 성장시키는 기염을 토해내면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일단 매일유업은 2012년에 1조723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매출 1조 클럽’에 올라선다. 2013년에는 시장 2위이자, 라이벌이었던 남양유업을 매출 면에서 앞지르게 된다.

2016년에는 매출 1조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최초로 유제품 시장 1위인 서울우유를 제치게 된다. 실적 면에서 김정완 회장은 2008년 취임한 이래 매출을 80% 가까이 성장시키는 기록을 세운다.
이러한 고무적인 성장과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김정완 회장의 중장기적인 경영전략이 통했기에 그렇다. 김정완 회장의 경영철학 중에는 “10년 뒤 시장을 내다보고 오늘을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신세계 강남점에 커피 전문점인 폴바셋 1호점을 열었는데, 당시에도 커피시장은 포화상태인 만큼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성공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래서 김 회장은 차별화와 품질로 커피시장을 공략하는데, 폴 바셋은 최고의 원두만 사용하고 일반 전문점 대비 아메리카노 한잔에도 공을 들이는 전략을 쓴다. 또한 유제품 기업답게 카페라떼 메뉴에서 저지방 우유, 무지방 우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격은 스타벅스·커피빈 등 커피 브랜드 업체보다 10∼20% 높은 고가 전략을 펼쳤는데, 이게 시장에 제대로 먹혔다.

현재 폴 바셋은 100호점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756억원을 기록했다. 매일유업은 폴바셋은 2020년 매장 200개와 매출 1700억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성장 추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쟁기업들도 밀크홀1937(서울우유), 1964백미당(남양유업) 등을 운영하지만, 매일유업의 폴 바셋과 같은 인지도와 매출 실적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폴 바셋의 성공열쇠는 2009년 당시 김 회장이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적당한 값에 팔아서는 성공할 수 없고 비싸도 좋은 품질을 제시해야 소비자가 선택할 것”이라는 시장의 트렌드를 예측한 것이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폴 바셋은 상하목장, 상하농원 등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제품과 연결이 되고 있어, 오늘날 매일유업은 프리미엄 사업을 잘 하는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폴 바셋 매장에서는 특이하게도 계란을 구입할 수 있는데, 상하농원에서 위탁해 키운 제품을 먹을 수도 있고, 토마토 농가에서 매입한 토마토로 만든 주스도 맛볼 수 있다.
내년은 매일유업이 창립한 지 딱 5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김정완 회장은 새로운 50년을 위해 다시 한번 선택과 집중의 경영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일단 매일유업은 2020년까지 매출 3조2000억원을 목표로 세우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예를 들어 상하농원이나 폴 바셋과 같은 브랜드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역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명소로 바꾸는 일들 말이다. 김정완 회장의 경영능력과 시장을 읽는 혜안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미션이 아닌가 싶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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