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의 명재상 중에 제나라의 안자(晏子)가 있다. 제나라가 혼란했던 시기에 3명의 군주를 차례로 섬기며 나라를 잘 이끌었던 청렴한 재상으로,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만약 안자가 살아 있다면 나는 그의 말채찍을 잡는 일이라도 하겠다’라고 할 정도로 그를 높이 평가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수많은 영웅호걸의 삶을 다뤘지만 철저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었다는 점에서 미뤄보면, 안자를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안자가 이처럼 높임을 받게 된 이유는 나라를 다스리는 능력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탁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상으로서 사람을 쓰는데 있어 공명정대함에 한 치의 양보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다. 오래된 친구라고 해도 결함이 있으면 추천하지 않았고, 마부라는 천한 일을 하고 있어도 능력과 자질이 있으면 발탁해서 등용했다.

심지어 제나라에서 뜻을 펼치려는 공자에 대해서도, “유교를 하는 사람은 말만 그럴싸하고 바른 규범을 지키지 못해 알맹이가 없다”라고 하며 배척할 정도였다. 공자는 이론만을 앞세우고 현실성이 없어 함께 정치를 하기 어렵다고 봤던 것이다. 그 당시 공자와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공자가 가졌던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철저히 나라를 위하는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할 수 있다.

안자의 인재관은 세상의 선비들을 셋으로 나눠 설명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상의 선비는 나아가기는 어렵게 여기지만 물러서는 것은 쉽게 여기고, 그 다음 선비는 나아가기도 쉽게 하고, 물러서기도 쉽게 한다. 가장 하급의 선비는 나아가기는 쉽게 하지만 물러서기는 어렵게 여긴다.”

오직 권력과 자리를 탐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자리에 앉으면 그 명예와 권세에 취해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그 지위가 어떻든 최하급의 선비에 불과하다. 그 다음 선비는 쉽게 자리에 앉지만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물러나야 할 때는 과감하게 물러난다.

마지막으로 최상의 선비는 모시기가 어렵다. 지혜로운 새가 머물 나무를 신중하게 택하듯이, 자신이 세상에서 뜻을 펼칠 때 함께 할 군주를 신중하게 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기에 군주가 바른 통치를 하지 못하면 떠나버린다.

안자의 이 말은 선비를 평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지도자들이 어떤 사람을 선택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춘추좌전>에는 ‘인재를 쓸 때 밖으로는 원수도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자식도 가리지 않는다(外擧不避仇 內擧不避親)’라고 실려 있다. 사람을 쓸 때는 어떠한 개인적인 감정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철저한 인사 원칙이다.

설사 원수라고 해도 능력이 있고 적임자라면 쓸 수 있어야 하고, 자식이라는 이유로 훌륭한 인재가 배제돼서도 안 된다. 이는 자식이나 원수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는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공정하게 발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논어> ‘자로’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하면 먼 데 있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近者悅遠者來)’고 실려 있다. 좋은 인재를 모으는 첩경은 지금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인재 관리에 있어서의 공명정대함이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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