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자동화 가속되는 美 중소기업들

미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화 제조기술을 생산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대략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기술이 매년 조금씩 발전하면서 일어난 자연감소 현상이다.

하지만 흔히 ‘공장 로봇’이라고 부르는 자동화 제조기술이 본격화되면 로봇이 평범한 노동자들의 작업량을 빠르게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에 유입되는 제조용 로봇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해 미국의 각 생산현장마다 배치되는 로봇은 4만대 가까이 된다. 로봇을 가장 많이 적용하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 생산현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저렴해지고 성능은 더욱 향상되면서, 자동차 공장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가지 예로 지난해 식품 및 제약 산업에 배치된 포장용 로봇은 2005년 대비 3배나 증가했다.

보스턴컨설팅(Boston Consulting)에 따르면 앞으로 가구 제작처럼 정교한 제조기술이 필요한 산업에서도 로봇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실 10년전만 하더라도 로봇을 생산현장에 적용한다는 건 덩치가 큰 기업만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로봇의 설치비용이나 운영비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로봇만 설치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이를 운영할 기술팀에는 고급 전문인력들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더 빠르고 저렴한 차세대 로봇이 떠오르면서 중소기업들도 로봇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 일반적인 로봇 1대의 가격은 2만5000달러 수준이다. 그리고 작동법도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고급 전문인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직관적인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해진 조작기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일부 공장 로봇은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통해 명령어를 내려 작동한다. 로봇에게 다른 미션을 지시할 때도 터치스크린에 손가락만 몇번 누르면 끝난다. 미국의 아웃도어 장비 제조업체 스탠드 바이 스크루(Stand by Screw)는 최근 2대의 로봇을 구입했다.

생산직 직원들은 이 로봇에게 아웃도어 용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세척해 박스에 포장하는 법을 입력했고, 로봇은 그대로 수행했다. 결론적으로 1명의 직원이 부품 하나를 세척해 포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수십배나 빠른 속도로 로봇이 해결해 줬다.

로봇을 통한 자동화 제조기술과 프로그래밍은 미국 제조업의 미래다. 단순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는 나쁜 뉴스일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로봇이 바꿀 미래상을 예측한 바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자동화로 인해 전 세계 160만개의 제조·생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반대로 다른 일자리에서는 좋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공학, 분석기술, 창의적 디자인 분야에서 추상적인 판단력과 전문성을 요하는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는 미래 직업으로 로봇 코디네이터, 장비 설치자, 모바일 서비스 기술자가 부각되고 있다.

로봇은 실제 생산현장의 모든 걸 바꾸고 있다. 정밀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빅커스 엔지니어링(Bickers Engineering)은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혁신했다. 비커스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10년 동안 매출이 기존 8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올랐다. 노동자의 인건비 비용은 같은 기간 3분의 1로 줄였다.

소방장비 노즐 제조업체인 테스크 포스 팁스(Task Force Tips)도 지난 2013년 로봇 4대를 이용해 소방서에 공급하는 워터 노즐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면서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회사의 생산성과 매출 증대를 달성했지만, 250명 직원의 임금을 인상할 필요가 없었다.

로봇은 매일 일하러 오고, 감기도 안 걸린다. 로봇이 단순 노동이든, 정밀 작업이든 불평없이 움직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쓸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도 준다. 공장을 하나 지어 사람들을 일자리에 투입하고 은퇴할 때까지 일하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현대의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계속 기술을 익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이 곳에서는 머신 툴링, 프로그래밍, 수리학, 계측학, 컴퓨터 활용 디자인, 로봇 관련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다. 사람들에게 로봇을 다룰 수 있는 고숙련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다. 로봇이 점점 제조업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고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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