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사업장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준수했는지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에 주휴수당 지급분에 해당하는 유급휴일 시간도 포함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기존 행정해석 방침이 법규로 명문화된다.

고용부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브리핑에서 앞으로 월급제·주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릴 때의 근로시간 기준에 주휴시간 등 유급휴일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 그래도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는 최저임금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이번 방침으로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 합의 유급휴일은 ‘근로시간’ 간주
고용부는 그동안 매년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이를 월 209시간 근로시간 기준에 적용한 월 환산단위를 병기해왔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 8350원의 경우 주당 근로시간 40시간에 월간 평균 주수(365일을 7일로 나누고 다시 12개월로 나눈 4.35)를 곱한 174시간에 유급 주휴시간인 35시간(8시간×4.35)를 더한 209시간 기준인 174만5150원을 병기했다.

고용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는 이 같은 최저임금 판정시 근로시간 기준을 주휴수당 포함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지난 6월12일 최저임금법이 상여금 25%와 복리후생비 7%를 기준으로 한 월 환산액의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개정되면서 이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받는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고용부의 방침은 최근 대법원의 판단과는 다르다. 대법원은 지난달 4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유급휴일 임금인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주 8시간)은 소정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실제 근로시간인 174시간을 기준으로 월급을 나눠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그동안 명확하지 않던 행정해석을 법원이 단순하게 적용한 탓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법원 역시 이미 존재하는 법으로 판단하는만큼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법원의 판례 역시 뒤따라올 것이라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6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최저임금고시 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9월 고용부가 월 최저임금 산정기준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시켜 혼란이 우려된다며 이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저임금 기준시간이 최대 40%(토·일 각 8시간) 늘어나 그만큼 시간당 임금은 줄어들게 된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은 최저임금 기준을 못 맞춰 무더기 처벌이 불가피해진다.

기본급 200만원도 최저임금법 위반 우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40% 가량이 토요일과 일요일, 일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해놓고 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금(주급 기준)을 주 40시간(1일 8시간 기준 소정근로시간)에 더해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까지 포함한 56시간으로 나눠야 한다. 같은 임금을 주더라도 시간당 임금이 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가령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없이 월 기본급을 200만원 받는 근로자(주 40시간 근로)의 경우 법원이 판단하는 시급은 1만1494원(200만원÷174시간)이 돼 최저임금(내년 최저임금 시급 8350원 기준)을 웃돈다.

하지만 고용부 시행령 개정안대로 이 회사가 유급휴일까지 임금 산정 시간에 포함하면 시급은 8230원(200만원÷243시간)이 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유급휴일은 주·월급제 근로시간에 포함돼 있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라며 “최저임금과 별도로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는 주장은 소상공인들을 불법자로 만드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법적인 논란도 있다. 우선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의 취지를 모법인 최저임금법 개정이 아니라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수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시행령 개정이 아닌, 국회 입법을 통한 처리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원과 정부의 견해 대립 또는 법리 다툼과 무관하게 기업들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별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사전 점검하고 노사협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휴수당
하루 3시간,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무조건 하루치 임금을 더 주는 제도.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주말 이틀을 쉬어도 이 중 하루는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휴일 일당(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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