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20년 가까이 함께했던 끈끈한 비즈니스 관계도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무려 18년 동안 이어온 삼성카드와 코스트코의 독점 계약이 곧 종료됩니다. 내년 5월 코스트코의 카드 가맹점 독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근에 카드사들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펼쳤는데요. 코스트코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랜 벗인 삼성카드와 새로운 친구 현대카드를 선정했었습니다.

여기서 코스트코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니 잠시 설명을 곁들이겠습니다. 1994년 한국에 진출한 창고형 할인점입니다. 코스트코는 유별난 철칙이 있는데요. ‘1국가 1카드’라는 정책을 내세우며 독점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독점계약을 하게 되면서 내건 조건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졌고,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죠.

기존에 삼성카드와 코스트코가 맺은 수수료율은 0.7% 정도인데요. 다른 일반 대형마트가 1.5%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현저하게 낮은 수수료율로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죠. 코스트코 한국법인의 매출은 매년 10%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어 카드사로서는 독점 계약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경쟁에서 결국 현대카드가 새롭게 독점계약을 따냈습니다. 앞으로 코스트로를 찾은 고객들은 현대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고객들이 한번 구매를 할 때 대량의 물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 이러한 구매력에 맞춰 독점으로 카드만 계산하게 만드니까, 수수료율이 0.7%여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연간 수익으로 최대 300억원을 거둬들이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코스트코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거의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코스트코의 고정 고객이 100만명이라고 하니 새롭게 파트너가 된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고객을 확보할 기회도 갖게 된 거죠.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 취임 이후 10년 만에 업계 3위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카드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년째 점유율이 14~15%대에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성장정체 속에서 국민카드와 계속 3~4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성장 정체를 극복할 돌파구가 필요했던 현대카드가 코스트코와의 계약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독점계약 건은 정태영 부회장이 진두지휘를 했습니다. 자신의 SNS에도 이번 계약 관련 소식을 사진과 함께 올리고 “기뻐해달라”며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확실히 계약이 마무리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현대카드에 관심을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태영 부회장도 이번 일로 간만에 카드업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습니다.

정 부회장이야말로 2015년부터 전사적으로 ‘디지털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경영이라는 게 그 성과를 짧은 기간 안에 이루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지털플랫폼 고도화 작업도 진행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정통적인 영업을 강화해 코스트코 독점 카드사에 도전한 것입니다. 정 부회장은 최근 10년 만에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인 ‘더 그린’도 출시했습니다. 현대카드는 2005년부터 색깔을 브랜드로 한 카드를 최초로 선보였죠. 2005년 더 블랙, 2006년 더 퍼플, 2008년 더 레드를 선보이며 젊은 층을 겨냥했는데요. 이밖에도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로 대표되는 현대카드의 문화 마케팅은 현대카드의 상징입니다.

이번에 코스트코와의 계약이 최종 완료되면 현대카드는 실생활에서 고객들이 만나는 성장하는 카드회사로 자리매김할 거라 예상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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