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미래 결정한 전문경영인,  그룹 빅딜 성사 주역
‘지주사 →3세 승계’ 로드맵 착수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기업별로 ‘2인자’ 경영인은 항상 대중에게 부각되고 집중 조명을 받는 자리다. 오너 경영인과 함께 손발을 맞춰 기업 전반을 움직이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인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서열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그룹에는 각각 많게는 10명까지 부회장이 있는데, 모두 오너에 이어 그룹 내에서 강력한 지위를 누리며 회장을 보좌하거나,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총괄 경영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수많은 부회장 중에서도 ‘2인자’로 불리는 사람은 그룹마다 단 1명만 존재한다.

우리가 흔하게 이야기하는 경영 2인자 중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도 있고, 낯선 얼굴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LG그룹의 ‘해결사’로 나선 권영수 부회장은 그나마 대중에게 좀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가 주목한 전문경영인이자 그룹 2인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복심’이자 ‘한화맨’으로 알려진 금춘수 한화 부회장이다. 그는 대중적인 인지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한화그룹에서는 상당히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동안 그룹의 방향키를 쥐고 수많은 한화의 미래를 결정한 전문경영인이다.

지주경영부문 대표로 ‘2인자’재확인
일단 금춘수 부회장을 새삼 거론하는 이유부터 찾아야 하겠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난 5월 한화그룹에는 중차대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하면서 이 조직을 이끌던 금춘수 당시 실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었다. 경영기획실 해체는 삼성그룹의 인사와 대외 커뮤티케이션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미래전략실의 해체와 비슷하다.
어찌됐든 한화그룹이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게 되면서 그룹 경영의 큰 그림과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의 모든 물줄기를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로 돌려놓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책임경영을 하는 구조로 구성한 것이다.

금춘수 부회장은 사실은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을 만든 장본인이었고 초대 실장을 맡았다. 2012년에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잠시 물려주고 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후퇴했다가 지난 2014년에 다시 복귀했다. 복귀 이후에 2016년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올 5월 경영기획실이 해체될 때까지 경영기획실을 이끌며 인사, 기획, 재무, 전략 등 그룹의 주요 이슈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다.

그가 이룩한 최근의 업적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요약하자면 2014년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시켰고, 2015년 삼성그룹과의 방산·화학 빅딜, 2016년 두산DST인수합병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했었다. 한화그룹의 먹거리 창출에 일조를 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지난 5월 경영기획실의 해체 이후 금 부회장의 행보일 것이다. 그는 5월 당시 경영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소속을 한화케미칼에서 ㈜한화로 옮겼다. 왜 한화케미칼에서 경영기획실장 역할까지 했냐면, 그동안 명목상 소속을 그룹 화학계열사 한화케미칼에 둔 채 경영기획실 실장을 맡았기에 그렇다. 보충하자면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경영기획실은 계열사에서 파견 형식으로 임원 등 인력을 수혈해 운영해 왔었다.

그러니까 경영기획실 해체 이후 금 부회장은 한화로 발령이 난 것이고, 여기서 그의 공식적인 직책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8월16일 그가 한화의 지주경영부문 대표이사를 맡는다는 발표가 나오게 되면서, 다시 한번 2인자의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한화 지주경영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한화그룹은 이번에 회사 내에 지주경영부문을 신설하기로 하고 금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이다.

한화는 현재 화약, 방산, 기계, 무역 등 4개 사업부문별로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에 지주부문이 신설되면 5명의 각자 대표체제로 바뀐다. 금 부회장의 역할은 4개 사업에 일일이 관여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 진두지휘, 능력 입증
새삼스럽게 한화의 금춘수 부회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2인자를 두지 않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달리 금 부회장이 확고한 자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 부회장이 이번에 다시 한화의 지주경영 대표가 되면서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는데, 원래 김승연 회장이 눈에 띄는 2인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워낙 김승연 회장이 깊게 신뢰를 하고 있는 데다 뛰어난 실무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그를 대체할 인물을 한화그룹에서 찾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금 부회장은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지난 1978년에 입사해 40년째 한화그룹에 몸담고 있다. 미주, 유럽법인 등 해외지사와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지원팀장을 거쳐 2006년 한화그룹 초대 경영기획실장에 올랐다. 이후 한화차이나 사장 등을 맡은 뒤 2014년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이번에 지주경영부문 대표가 된 것이다.

그를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김 회장이 위기일 때마다 경영공백의 자리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복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데 이어 구속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벌이지 못하자 금춘수 부회장이 기업현안을 챙겨 김 회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던 선례가 있다. 당시 김 회장 대신 각 계열사 CEO와 만나 그룹 현안을 챙기면서 한화그룹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한화의 경영기획실이 탄생한 2007년부터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것이다. 

특히 금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이 추구하던 글로벌 경영에 있어 그 능력이 입증된 결과를 보여주며 성장하게 된다. 김 회장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07년 무렵에 2011년까지 해외매출비중을 전체의 4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것은 금춘수 부회장이 해외영업에 밝다는 점을 충분히 높게 사고 그가 진두지휘하게 경영기획실장에 발탁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금 부회장은 2011년 경영기획실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 그해 5월 새로 설립된 한화차이나라는 이름의 중국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화차이나는 중국 베이징을 거점으로 해서 중국에서 제조업, 무역, 금융, 유통, 레저 등의 사업을 추진했는데, 특히 한화차이나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경영경험을 쌓는 태양광 사업의 중국투자를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금 부회장은 한화차이나에 재직하면서 2011년 한화솔라원 상하이공장 증설, 2012년 한화생명 중국법인 출범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참고로 태양광 사업은 명실상부한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생산력 세계 1위 기업이다.

금춘수 부회장의 가장 큰 경영 행보는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경영기획실장 복귀 뒤 삼성그룹 계열사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킨 일들이다. 그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임명된 지 보름 정도 지난 2014년 11월에 삼성그룹 방산회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석유화학회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약 2조원으로 중차대한 결정이었다. 사실 한화그룹은 당초 삼성탈레스만 인수하려고 했지만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4개 계열사를 한꺼번에 인수하면서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기에 이른다.

한화그룹 신 경영체제 예고
금춘수 부회장이 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한화의 지주경영부문 대표를 맡은 것은 미래 성장동력을 개척하려는 것도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키는 전초 작업이라는 평가다.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게 만드는 건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요구하는 정책 메시지에 부흥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금춘수 부회장의 인사는 3세 승계 작업으로 보는 평가도 나온다. 금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한 뒤 지주 대표 자리를 후계자가 차지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3형제가 일찌감치 각각 한화큐셀, 한화생명, 한화건설 등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자리를 잡고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다만 김동선 팀장은 잇단 구설수로 인해 자숙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춘수 부회장은 지주회사 재편과 3세 경영 체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총책임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에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다. 어찌됐든 금 부회장이 새롭게 지주경영부문 대표로 올라선 이상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경영체제의 한화그룹이 탄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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