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식(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의 단초가 되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기술 관련 아이디어 탈취의 피해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 건당 피해 규모는 2016년 기준 18억9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불행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율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7월18일부터 시행돼 아이디어 보호의 기반구조는 마련됐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당사자 간 명시적인 NDA-(Non-Disclosure Agreement·비밀유지협약) 체결이 없는 경우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려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던 아이디어 부정사용의 경우도 법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상대적 약자가 아이디어를 탈취당하고, 분쟁은 기나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분쟁이 길어지는 동안 중소기업 등 상대적 약자는 시간적·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이러한 분쟁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버리기 일쑤이다.

이처럼 정상적인 절차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소송 등으로 인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길고 힘든 법정소송 이전에 빠르게 손해를 보전하고, 피해를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보호할 대안을 현실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의 하나로 아이디어 보호에 보험 제도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시간적·금전적으로 큰 비용이 소요되는 분쟁의 과정을 아이디어 탈취 피해자가 전부 겪지 않고도 보험사가 먼저 보험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면 실효적으로 피해 구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아이디어를 탈취한 자에게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는 온라인상의 사기로 인한 손해에 대해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제3자가 중개하는 방식의 에스크로(Escrow) 제도 등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최근 날씨 보험을 통해 농작물이나 풍수해 피해를 보전하거나, 경품보상 보험을 통해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제공하는 경품 제공 비용을 처리하는 등 보험 상품들이 다양화되고 있고, 그 형태나 운용방식도 다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도 보험의 기본 요건을 갖출 수 있다면 보험 상품으로 출시가 가능하다. 관련 전문가가 보험의 목적과 피보험이익을 적절히 설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보험의 목적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 대상인 아이디어로서, 관련 사업 위탁기관의 등록번호를 부여받은 것’으로 정의하고 ‘아이디어 부정사용으로 인해 상실한 일실손해’ 또는 ‘아이디어 부정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손해’를 피보험이익으로 하면 보험 상품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디어가 보험 상품으로 출시되기 위해서는 위험률을 계산해야 하는 등 현실적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업법 관련 규정 개정으로 허용된 보험회사 자체 보험요율 산출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으로 인해 아이디어의 보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아이디어 보험 상품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적기다.

- 최재식(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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