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대 도시는 어디일까. 출신 지역이 서로 다른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대화를 들을 수 있다. 하나는 도쿄, 그 다음은 오사카, 여기까지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3번째 도시에 자신의 도시를 말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반발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핀잔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에 야경이 예쁜 산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자주 올라가는데, 그 곳에는 ‘신일본 3대 야경’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어느 날은 궁금한 나머지 그곳의 직원에게 다른 두군데는 어디냐고 물었는데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한 라면집은 입구에 ‘지구상에서 2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쓰여 있다.(사진) 얼마 전 오사카에 다녀왔는데 오사카 시내의 한 푸드 트럭에서는 ‘세계에서 2번째로 맛있다는’ 메론빵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이것 역시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인데,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멘 집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메론빵 아이스크림 가게는 과연 어디일까? 장담하건대 가게 주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왜 최고가 아니라 2번째인지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
이런 마케팅이 일본에 있는 이유는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일본인 특유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일본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 것’과 ‘남 앞에 나서지 말 것’을 가르친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가 바탕에 깔려 이 같은 마케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본 히로시마의 관광명소인 미야지마에 가면, 그곳의 명물인 모미지만쥬(단풍 모양의 카스테라에 단팥이 들어있는 과자)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창립한 지 50년은 족히 넘는 가게들인데도, 한국이라면 흔히 있을 법한 ‘원조’라는 문구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 있어 일본의 약점으로 ‘마케팅’이 종종 꼽히곤 한다. 제품이나 콘텐츠는 훌륭한데 이를 바이어나 소비자의 손을 뻗게 만드는 호소력 측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일 것이다.

한국에도 ‘겸손은 미덕’이라는 말이 있고, 사회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분명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내 물건이 최고다’라는 자부심을 손님에게 내보이며 파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 됐든 간에 이러한 양상은 일본에서 엄연히 일반화돼 있고, 일본인들은 이러한 마케팅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이뤄지는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마케팅 방식이 공략 대상(업종, 지역, 타깃 소비층 등)에 따라서는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기업이 일본 시장을 개척하고, 현지화를 추진할 시에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일 것이다. 
  
- 이동준 후쿠오카한국교육원 행정실장 / news.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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