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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오십보백보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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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4호] 승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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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맨 첫머리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양혜왕(梁惠王)이 맹자를 만나 물었다.“어르신께서 천리 길도 멀다 않고 이렇게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만한 것이 있는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에 대해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만이 있을 뿐입니다.”

양혜왕은 위무후(魏武侯)의 아들로 강대국이었던 위나라를 물려받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패전으로 수도를 옮길 수밖에 없어서 국호를 양나라로 바꾸는 굴욕을 겪었다.

양혜왕이 천하의 현자로 꼽히는 맹자를 만나서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 책략을 들려 달라’고 큰 기대를 갖고 요청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맹자는 “이익을 말할 것이 아니라 인의를 말해야 한다”고 왕의 질문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답을 했다.

왕이 나라를 잘 다스려 부흥시키려면 이익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백성을 사랑하고 올바른 길을 가는 ‘인의’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후 맹자를 만난 양혜왕은 이렇게 물었다.
“과인은 내 나라를 다스리는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하내 지방에 흉년이 들면 그 곳 백성을 하동지방으로 이주시키고 곡식도 보내줬습니다. 하동 지방에 흉년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했습니다. 이웃나라의 정치를 보면 과인처럼 마음 쓰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웃나라의 백성은 줄지 않고, 과인의 백성은 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여기서 양혜왕은 ‘인의’로 다스려야 한다는 맹자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가 이처럼 인자하게 백성을 다스렸는데 ‘왜 내 백성은 늘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그러자 맹자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유명한 성어로 대답했다.

“전쟁에서 한 병사는 백보를 도망가다가 멈췄고, 한 병사는 오십보를 도망하다가 멈췄습니다. 오십보 도망간 병사가 백보 도망간 병사를 비웃는다면 어떻습니까? 만약 왕께서 이 점을 아신다면 이웃나라보다 백성이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맹자에 따르면, 흉년이 났을 때 임시방편식의 도움을 주는 것은 단지 인의의 흉내만 내는 것에 불과하다. 흉년이 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평상시에 삶의 여건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인의의 정치다.

왕이 전쟁에 몰두해 온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흉년이 든 지역의 백성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다른 지역 역시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 이주해오는 백성을 도와야 한다면 모두가 기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설사 나라에서 조금의 식량을 보태어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최저임금제’로 인해 뜻하지 않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임금자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생활이 안정되는 것을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내 생활과 삶이 흔들린다면 취지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기는 어렵다.

맹자는 ‘無恒産無恒心(무항산무항심)’을 말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십보백보’의 정치에 불과하다.

한쪽에만 편향된 정책이 아니라 함께 잘 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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