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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현대重 정기선 ‘3세 경영’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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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4호] 승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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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 빅데이터·로봇 등 신사업서 기대이상 성과
‘사우디 조선소’로 화룡점정할까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는 직함이 많다. 현대중공업 부사장이자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정 대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첫째 아들로 올해 만 36세의 젊은 경영자다.

그의 과거 이력을 추적해보면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잠깐 입사한 적이 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이어서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느라 실제 그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한 것은 2013년에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재입사했을 때부터 카운트를 하면 된다.

그는 2015년에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현대중공업 기획재무부문장 상무로 곧바로 승진해 당시 재계 최연소 임원이 됐다. 2016년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회사 핵심부서를 모두 총괄하게 됐으며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기선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로 일반적인 대기업 오너 집안의 가업승계 행보를 비슷하게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십년 동안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정기선 대표를 통해 다시 오너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여부일 것이다. 

정기선 대표는 재벌 3세라는 초고속 경영승계의 과정을 등에 업었지만,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고 현대중공업 수주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현대중공업
정기선 대표는 한국 재계에서 젊은 총수 시대를 열고 있는 경영자 중에 한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기업 지형도는 한 세대가 저물고 다시 새로운 세대가 총수로서 떠오르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단 삼성, 현대차, LG 등 3대 그룹만 해도 젊은 승계자로 총수가 바뀌었거나 조만간 바뀔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그룹은 30여년만에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탈바꿈했고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으로 23년 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회사에 종종 출근하지만 2016년부터 그룹 안팎의 일들을 장남 정의선 부회장이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30, 40대의 젊은 총수의 시대가 왔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다른 주요 대기업의 오너 3·4세 경영인들은 단순하게 젊다는 그 사실만 장점이 아니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앞세워 기존의 경영 시스템을 버리고 새롭게 기업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정기선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오너 일가 중에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그가 유일한 오너 경영자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새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정 대표가 최근 들어서 여러 언론지상과 행사를 통해 노출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는 중공업이라는 중후장대형 사업의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유니크하고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들어서 그룹의 신사업을 중심으로 얼굴을 자주 드러내고 있는데, 최근 현대중공업지주가 의료 빅데이터사업 진출을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서울아산병원 등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나타나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관심과 투자를 내비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총 100억원을 출자해 국내 첫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한다는 것인데, 의료 빅데이터는 서울아산병원이 가지고 있는 병원 운영 노하우와 여기에 진료 기록, 전문의 자문 내용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설립했고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가 이사장으로 있다. 의료산업에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일에 현대중공업그룹의 얼굴인 정기선 대표가 나서는 게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기선 대표는 시대의 유행에 따라 이번에 처음 4차 산업혁명을 사업 전면에 앞세운 것이 아니라, 이미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 되면서부터 첫 행보로 로봇사업과 관련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앞서 5월에 그는 독일에서 현대중공업지주와 세계 점유율 3위의 로봇기업인 독일의 ‘쿠카그룹’과 로봇사업에 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었다.

현대중공업이 로봇사업을 한다고 하면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룹에서 산업용 로봇의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사실 이 산업용 로봇에는 수익이 별로 나지 않았다. 그것은 로봇사업과 관련해 ‘판’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룹의 중차대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정기선 대표는 로봇사업의 판을 키우기 위해 지난 6월에도 네이버의 연구개발 법인 ‘네이버랩스’와 함께 ‘로봇사업 공동협력’의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사업의 속도를 올리고 그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기선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도 IT를 적용한 ‘스마트 선박’ 서비스 등도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뭐하는 곳이냐면, 선박을 사후 관리하는 회사인데 정 대표가 선박 개조와 AS사업의 성장성이 밝다고 판단해 2016년 12월 직접 설립을 주도했다고 한다.

정 대표가 이끄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처럼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사업 모델의 다각화와 경영 전략이 핵심 경영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기선 대표의 경영시험대
정기선 대표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에서 성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대표이사를 자원해서 맡았다고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대표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만든 회사인 만큼 그가 책임지고 경영해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오너 집안의 후계자라고 해도, 기업경영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총수로서의 지위를 쟁취할 수 없다. 3세 경영인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기업성과라는 ‘실리’를 앞으로 보여줘야 하는게 정기선 대표의 과제다. 그 시험대가 바로 현대글로벌서비스다.

그런데 굳이 정 대표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설립하고 경영 테스트를 받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글로벌 시장에서 선박을 대상으로 한 국제적 환경 규제가 세지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선박회사는 각종 친환경 선박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러한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친환경 선박 개조라는 시장의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서 나간다면 정기선 대표는 머지않아 기업성과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벌써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 상반기에만 선박 평형수처리장치 등으로 1억2000만달러어치의 일감을 수주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수주한 실적 1600만달러 대비 7배 넘는 성과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2403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4100억원, 수주 목표는 6억달러를 목표치로 잡고 있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한 정기선 대표를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지켜보고 있지만 차근히 그룹 주요 사업을 총괄하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대 이상이다.

이와 맞물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정기선 대표의 경영권 승계도 순조롭게 진행 중에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는 주요 사업으로 현대중공업(조선),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시스템),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오일뱅크(석유) 등 수많은 사업회사들이 있는데, 그룹의 핵심인 조선업황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고 있어 정기선 대표가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조선업 재건에도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정기선 대표가 조선업의 운명을 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현지에 조선소를 짓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선 대표가 주도하는 첫 해외사업이자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2021년까지 추진되는 사업인데, 해양시추설비, 원유운반선, 일반 선박 등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생산능력이 큰 최대규모라고 한다.

정기선 대표의 이러한 도전은 수십년전 그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일화가 오버랩된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한국에 조선업 자체가 없던 열악한 시절 그리스로 날아가 그곳 선주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세계 최초 철갑선 거북선을 지었던 한국에 투자하라고 설득해 결국 울산 황무지에 지금의 조선소를 지어냈다.

정기선 대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황무지에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지어내고 창업주 못지 않은 오너 경영인의 신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기선의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쁜 신호음을 울리며 망망대해로 출항하고 있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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