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비트코인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된 암호화폐 가격의 폭락 현상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가 투기 외에는 실제로 쓸모가 없다는 인식, 미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투자자들이 서둘러 시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체 암호화폐의 총 가치는 이달 초 2000억달러(약 224조3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초 역대 최고점으로 기록된 8320억달러(약 933조원)에서 무려 76%인 6320억달러(약 709조원) 정도가 증발한 수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총 가치의 올해 초 대비 낙폭은 이날 80%에 달했다.

이는 2000년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고점에서 저점까지 기록한 하락률 78%를 넘어서는 수치다.
WSJ 집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별로 가치하락 추세는 조금씩 달랐다.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7일부터 68% 떨어졌다.
올해 6월30일 이후 세계 2위의 암호화폐인 이더(블록체인 이더리움의 화폐단위)는 53% 급락했고, XRP는 43%, 비트코인 캐시는 37%, EOS는 38% 가치를 상실했다.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에 1.7%만 하락했으나 최근 고점이던 7월말과 비교하면 20% 정도가 내려간 상태다.
이런 암호화폐 가격의 몰락은 실질적인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매매 거래 외에는 이를 사용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재화나 서비스 대금으로 지불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그 때문에 투자자들이 과연 암호화폐에 상거래를 바꿀 잠재력이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당국의 규제도 암호화폐 사장을 억누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과 연동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요청을 계속 기각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의 리스크가 불명확한 데다가 시장이 조작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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