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는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기업·인수·합병’은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하거나 예외적으로 경영권이 바뀌는 경우 등의 흔치 않은 현상이었다.
경영권이 창업주로부터 2세, 3세로 승계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M&A에 의한 경영권 변경은 종종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비춰졌다.
그러다가 IMF와 구조조정, 벤처 투자와 코스닥 시장 등록에 의한 투자자금 회수, M&A 관련 법규와 제도의 변화 등은 우리가 M&A를 자연스런 경제 현상의 하나로 수용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가치 향상 위한 순기능 강화를
최근 비등록 기업의 코스닥 시장 우회등록과 머니게임의 수단으로 M&A가 활용되면서 M&A 남용을 우려하는 소리가 고조되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선의의 주식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소수의 악의적인 투자자들에게 착취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충분히 감독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아침이 올 때까지는 진통이 따르듯이 우리 기업계에서 M&A는 지금 그러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앞으로는 순기능을 추구해 기업 인수와 합병을 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는 M&A에 대해는 적극적인 방어를 하는 경영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M&A는 일단 대상 기업이 대가를 지불하고 경영권을 살 가치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별 가치가 없는 기업은 M&A의 대상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함으로써 기업 가치 향상의 여지가 큰 경우에 M&A가 시도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영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주주들에게 최상의 이익을 주지 못하는 기업 경영이 대상 기업을 M&A하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합리적인 지배구조, 충분한 이익을 내는 경영, 미래 비전이 확실한 기업, 충분히 높은 주식 가격 등의 경우에 불의의 M&A 기습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는 우선 사업구조 전환, 새로운 비즈니스 진출 등 전략적인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사업, 신기술, 새로운 시장 등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개척할 수도 있지만 해당되는 기존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때가 많다. 마케팅과 생산의 노하우는 많은 돈을 들여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도 획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비상장 기업이 코스닥 등록 기업을 매수해 주주들의 주식을 우회 등록하고 투자자금 회수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초기 투자자들을 위해 M&A를 활용하는 좋은 예에 해당한다. 2세 등 경영권 후계 구도가 마땅치 않을 경우 새로운 경영자에게 기업을 넘기기 위해 M&A를 활용할 수가 있다.
한국적 경영 환경에서 M&A는 또한 경영혁신의 좋은 계기이자 훌륭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배주주 성향에 따라 굳어진 기업 관행, 인력구조,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등이 경영권 변화에 따라 혁신의 기회를 맞고 획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배주주에게 충성스러운 한국적 기업문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의 대주주와 그 경영스타일이 존재하는 한 경영혁신은 어렵다.

잘 다듬고 제때 내놓아야
잘못된 경영관행과 구조로 성장과 발전이 정지된 기업의 경우 새로운 대주주의 등장은 확실하게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M&A는 돈을 수단으로 하지만 목적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제 때에 팔아라! 잘 다듬어서 팔아라!” 라고 조언하고 싶다. 시기를 놓치면 제 값을 받기 어렵고 다듬지 않은 채로 시장에 내놓으면 값을 쳐주지 않는다. 시기를 놓쳐 우는 경영인을 여럿 보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듯이 시장에 내놓기 전에 잘 다듬을 필요도 있다.
한편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 이후에 어떻게 경영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몇 억을 덜 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인수 후에 몇 십억을 더 버는 경영을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기업은 역시 경영자가 어떻게 경영을 하느냐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일
비즈턴 M&A㈜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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