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연봉킹’샐러리맨
‘초격차 전략’ 앞세워 승승장구

반도체 시장이 아무리 고점에 있다고 해도 여전히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곳은 여전히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은 누구일까? 바로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다. 그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샐러리맨 ‘연봉킹’이었다. 글자 그대로 연봉 1위의 월급쟁이라는 것이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통틀어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으니, 월급쟁이라고 표현하기도 다소 민망하다.

2017년 권오현 회장의 총 수령액은 243억8100만원이었는데, 거의 걸어다니는 중견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수령액을 따져보자면, 급여가 18억4000만원, 상여금이 77억1900만원, 기타 근로소득이 148억2100만원이었다고 한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는 권오현 회장이 일반인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연봉을 받고 있는 그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왜 그가 이러한 대한민국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에서 미래기술교육을 전담한다는 종합기술원 회장직을 달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천문학적 투자로‘반도체 신화’주도
삼성전자가 지금의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오른 원동력에는 권오현 회장의 공이 컸다고 하는데, 그에 의해 그동안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는 삼성전자에서만 33년간 반도체 전문가로 활약했으며 ‘반도체의 삼성’이라는 별명을 만든 주역이었다. 1952년생인 권 부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하면서 삼성 반도체 역사를 만들어 왔다.

그가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삼성 반도체 사업의 규모를 키운 최근 사례를 들어보자면, 2015년에 반도체 시설 등에 15조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2016년에는 13조원, 2017년에는 약 27조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여기서 27조원이 얼마나 큰 금액이냐고 한다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웬만한 기업 하나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투자금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매년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듯이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권오현 회장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의해 결정된 사항들로 반도체 공장 증설에 과감히 투자한 결과,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도 최대 경쟁기업인 인텔을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만 398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36%가 증가한 숫자였다. 그 밑바탕을 권오현 회장이 닦았다고 할 수 있기에 대한민국 연봉킹의 자리까지 오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2017년 10월 그는 삼성전자 부회장이자 DS부문(반도체 부품) 총괄사장 자리에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용퇴를 선언했었다. 당시 언론과 재계에서는 ‘최고의 순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 전문경영인으로 남기 위해 그가 퇴진을 선언한 것이 아니냐고 관측했다. 그는 올해 3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직함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이후에 그는 경영자문과 인재육성을 위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권오현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용퇴를 선언한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도 동반 용퇴하게 되면서 삼성그룹의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었다.

그런데 윤부근, 신종균 모두 각각 CE담당 부회장과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을 한다. 이건희 회장 시절에 활약했던 전문경영인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이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 체제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왜 변화와 혁신으로 조직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권오현 회장을 주축으로 과거 연륜이 있는 전문경영인을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하는 걸까? 아무리 삼성을 대표하는 오너라고 해도, 사장단, 재벌가 안에서는 직급이나 연배 차이가 있을 텐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핵심 경영인들이 남아 있다면 삼성의 카리스마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다.

R&D 핵심기지 사령탑으로 건재 과시
어찌됐든 권오현 회장은 올해에도 건재하며 여전히 삼성그룹 안에서 최고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근로소득으로 권 회장은 총 51억7100만원을 수령했다고 하는데, 이전에야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반도체 사업의 모든 것을 이끌어 왔기 때문에 그 실적으로 고액연봉을 받았다고 이해하지만, 이제는 종합기술원 회장직임에도 어떻게 국내 최상위 급여를 받게 되는지 언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도대체 종합기술원의 회장직이 어떤 자리길래, 권오현 회장에 대한 대우가 이토록 좋은 것일까?

삼성이야 워낙 실적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종합기술원이 매출을 내는 조직은 아니고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이 주된 목적을 하는 곳인데도 왜 권 회장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종합기술원의 중요성을 알아야 할 것이다.

원래 이곳은 전통적으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중요했던 조직으로 삼성전자 기술의 메카이자 연구개발(R&D) 핵심기지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 시절 들어와서 이 종합기술원의 기능이 많이 격하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바로 이 종합기술원의 기능을 회복하고 그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것으로 보여지며, 그 단적인 예가 권오현 회장을 이곳의 수장으로 앉히고 직함으로 회장을 준 것이다. 어찌됐든 그는 전문경영인도 삼성에서 회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선례를 남긴 전문경영인이 됐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권 회장의 능력에 대해 살펴보자면, 그가 일반직원과 대비해서 약 200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과연 권 회장은 200배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일을 했는가? 이것을 말하기 전에 해외사례를 먼저 언급하고 가자면, 2013년 스위스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으로 CEO의 월급을 그 기업의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의 12배 이상 넘으면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에는 표결에서 반대가 앞서 무산되긴 했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은 12배가 아니라 120배도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권 회장이 받는 고액 연봉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우선 삼성의 CEO 정도면 정말 무겁고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다. 2017년 27조원의 반도체 시설 투자를 결정했던 것을 두고만 보더라도 누가 이것이 맞는 판단인지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 직원들이야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투자 이후 성과는 예측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CEO가 내리게 돼 있다. 미국 백악관에 집무실에는 ‘결단의 책상’이라고 하는 책상이 있는데, 수많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이 책상에 앉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무수한 결재에 사인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경영에서도 중차대한 결정의 가치는 그 만큼의 연봉으로 보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이사회라는 것도 결국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CEO를 선임하는 집단이고, 그 CEO가 결정한 일들이 회사의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면,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선진 경영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권 회장은 27조원의 투자단행으로 한 분기에만 반도체 영업이익 14조~15조원을 걷어 올리고 있으니, 일각에서 제기하는 고액연봉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 보다는 어떻게 그가 대한민국 기업사회에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보상을 받는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좋을 듯 싶다.

100% 승리 일궈온 시대의 승부사
권오현  회장이 최근 펴낸 경영전략서 ‘초격차: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은 요즘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리더십에 대한 공부와 왜 삼성전자가 반도체 1위가 됐는지를 공부하는데 중요한 지침서가 돼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2008년에는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여파 때문에 세계 1위 업체인 삼성도 적자를 내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해에 제가 메모리 사업을 맡게 된 후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다음 저는 한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권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법을 고민했고,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을 이때부터 구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라고 알고 있지만, 누구에 의해, 어떤 전략으로 그러한 명성을 차지한지는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 현재 글로벌 1위 삼성전자를 공부하는 첫 단추는 권오현 회장의 지난 행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일 것이다. 그는 단순히 운이 좋아 연봉킹이 된 CEO가 아니라,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펼쳐온 시대의 승부사였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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