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중소기업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유지협약서를 의무화하고 입증책임은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의 기술탈취·기술편취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남근 민주사화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그동안 수출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을 취하면서 수출대기업들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수직계열화 되고, 대기업은 하청종속관계에 편입된 중소기업의 기술을 기술의 규격화·다변화 등의 명목으로 다른 중소기업에 넘겨 납품단가를 낮춰 왔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방법은 경제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혁신 요인을 저해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트렸다”고 비판했다.

김남근 부회장에 따르면,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14.3%가 거래기업으로부터 보유한 중요 기술자료 제공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술유출로 인한 범죄도 2012년의 448건에서 2016년 528건으로 17.9% 증가했다.

김 부회장은 “기술탈취·유용행위에 대한 ‘3배 징벌적 손해배상’이 2012년 도입됐으나 아직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를 한 것도 지난 7월 ‘두산인프라코어’ 사건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나 독일같은 중소기업 강국들은 중소기업들의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이뤄져 대기업이 몰락하거나 침체해도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해결책으로 김 부회장은 △대·중소기업 간 비밀유지협약서 체결 의무화 △원사업자에게 기술탈취·유용행위의 정당성 입증책임 부과 △하도급계약 해지 또는 종료 시 기술자료 반환 또는 폐기의무 명시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김 부회장은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비밀유지협약서를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위반시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법률적 지식과 인력이 부족해 기술자료 서면요구, 비밀유지협약서 체결 등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기술탈취 피해를 인지했을 때,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증거자료가 불충분한 사례가 많다.

이에 위법성에 대한 입증 역시 공정위가 ‘부당성’을 입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사업자가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기술유용 심사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게 김 부회장의 주장이다.

또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제공받은 기술자료라 하더라도, 하도급계약이 해지되면 기술자료를 하도급업체에 반환하거나 폐기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계약 해지 및 종료 후에도 기술자료를 반환 또는 폐기하지 않고, 해당기술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기술자료를 서면으로 요구할 때, 기술자료 반환 및 폐기 일자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를 위해 대기업별 기술거래 실적을 공시하고, 기술거래 실적이 우수한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를 높이 평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기술탈취에 대해 형사벌, 행정상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 엄중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미국 대기업처럼 아예 기술탈취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제부터라도 중소기업 기술을 보호하고 기술경쟁력을 높여,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정책이 국정과제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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