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서해와 동해 주변에 각각 공동특구를 조성하자는 경제협력의 큰 그림을 지난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그렸다.
서쪽은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공동특구를, 동쪽은 관광사업에 주력하는 관광공동특구를 만들자는 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언급한 두가지 실질적인 대책이 바로 동·서해를 따라 남북을 오가는 철도·도로를 연결하는 물류 사업, 그리고 동·서해와 연안에 조성될 것으로 보이는 공동특구다. 아울러 개성공단 재가동도 언급해 향후 남북의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해선 교통망 착공 가시화
이번에 언급된 공동특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0·4 선언’에 제시됐던 개념이다. 10·4 선언에는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돼 있다.

따라서 11년 만에 만난 남북 정상은 올해 4월 ‘판문점 선언’에서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재확인했고,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이를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특구 조성은 그동안 중단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부터 첫발을 뗄 전망이다. 기존의 물적 기반과 운영 경험을 되살리면 되기 때문이다.
서쪽의 경제특구는 1단계 개발에서 멈춘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2단계 개발, 한강 하구와 북한 연안의 항만·어로 사업 등으로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동쪽의 관광특구 역시 금강산으로의 육로·수로 관광을 재개하는 데 이어 설악산과의 연결, 그리고 주변 비무장지대(DMZ)와 연계한 생태·안보관광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로 두 정상은 이날 선언에서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천명했다. 특구의 초기 단계는 이들 두 사업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특구에 공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점에서 남북 공동 책임으로 운영하고, 관광특구뿐 아니라 경제특구 역시 지리적으로 북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셈이다.

이와 같은 경제·관광공동특구 조성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과 맞닿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환동해권, 환서해권, 그리고 중부권 등 3개 경제벨트로 구성된 신경제지도의 밑그림은 이미 나온 상태다.

환동해권은 에너지·자원 중심이고, 중부권이 환경·관광 중심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제와 관광을 두 축으로 남북 경협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에서 일맥상통한다.
특히 남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금년’이라고 시점을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동해선 남측 구간인 강릉~제진(104.6㎞) 구간과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인 문산~개성(11.8㎞) 구간의 연결을 위한 사업 절차를 하반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동해선 철도 남측 구간은 2조 3490억원, 경의선 도로 남측 구간은 5179억원으로 추산됐다.

개성공단 조기가동 가능성 높아져
두 정상이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조기 정상화에 대한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번영은 개성공단 정상화에서 시작된다”며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진전을 이룬 만큼 북미 간 협의도 잘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공동선언에서 언급한 남북 평화번영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서 빠진 ‘개성공단’이 이번 선언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며 “직접 언급이 됐다는 것은 두 정상이 관련 사안에 대해 합의를 봤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연내 방북해 시설을 점검하고 바로 재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등 선행요건이 필요하다.

앞서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도 개성공단의 재가동 시점을 올 연말로 예상하면서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심각한 경영 여건을 걱정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중소기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시점을 늦어도 올해 연말로 예상한다”며 “124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준비된 기업부터 먼저 들어가야지 치명적인 경영위기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통일부 산하 기관으로 2004년에 설립돼 개성공단 개발계획의 수립과 시행, 관리·감독은 물론 입주기업이 생산된 제품의 반출과 운영의 전반을 총괄하는 곳이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2016년 2월 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후 모두 여섯차례 방북을 신청했다. 이번 정부 출범 후에만 세차례 신청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2016년 공단 폐쇄 전까지 공장을 가동한 기업은 123개사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단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 101곳 중 95%가 재입주 의지를 밝혔다.

박성택 회장 “북측 경협 의지 확실해”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북한이 경제협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어 완전 비핵화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낮은 단계의 경협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은 “북측이 경제협력을 바라는 건 간절하다. 개성공단 정상화 등 경협에 대한 북측 의지는 확실히 있다는 걸 느꼈다. 북한이 경협을 하고 싶어 하며 도로와 사회간접자본(SOC) 쪽 도움을 강하게 바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선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과 북한기업 간의 협업이 이뤄지고 북한경제특구에 중소기업 전용 협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생산성은 일반적으로 남한 근로자의 70% 수준으로 판단되며 아직은 섬유, 생활용품 등 노동집약적인 업종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점차 IC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북한 노동력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기중앙회 입장에서는 상생 차원에서 북한의 기술인력을 육성 및 활용하고 리스크를 줄이고자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과 북한기업 간 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북한경제특구에 중소기업전용 협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등을 의미 있는 경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박 회장은 남한이 북한 공장과 기업소를 현대화해 자체 생산능력을 제고하거나 남한 중소기업이 북한 공장, 기업소를 생산기지화해 북한 소비시장에 물품을 직접 공급하는 등의 구상을 내놨다.

추후 제2 개성공단의 입지에 대해선 “여러 지자체가 다양한 제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이 경제특구(5개)와 개발구(22개)를 발표한 만큼 이와 연계된 입지가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 가운데 신의주 경제특구가 중국 진출 등에 특히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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