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이어 일본과 양자협상을 시작하는 한편 멕시코, 캐나다와 새로운 3자 협정 협상을 타결짓는 등 ‘미국 제일주의’에 기반을 둔 무역체계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체제 출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개정 한·미 FTA에 서명하고 일본과는 양자 무역협상을 개시하기로 한데 이어 나프타 개정 협상까지 타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세계화의 가치에 바탕을 둔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무역체계는 물론이고, 전임 행정부가 맺은 협정이나 타결한 협상에 대해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며 공공연히 탈퇴나 개정을 천명했다.

취임 이후에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등 ‘관세 장벽’을 높이는 한편, 주요 국가와 개별 협상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미 FTA 개정과 일본과의 양자협상 개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세계 무역체계를 다시 짜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이 속도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유럽연합(EU)도 협상 테이블에 끌어다 앉혔고, 원하는 대로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 중국에는 대규모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 이어 캐나다와도 타결한 나프타 개정 협상은 트럼프 정부의 향후 ‘무역협상 각본’의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교역국들이 지켜봐 온 부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료들은 나프타 개정이 기존 협정을 깨뜨리거나 관세 장벽을 쌓는 것을 넘어 새로운 거래를 성사시키는 협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 무역정책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년여 전 협상이 시작된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의 나프타 폐기 위협 앞에서 양보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나프타가 비교적 온전하게 살아남은데 안도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타결 협상안에 따르면 캐나다는 자국 내 연간 160억달러 규모의 유제품 시장 중 3.5%를 미국 낙농업계에 열어주기로 한 반면, 미국이 폐지를 원한 나프타 제19조 반덤핑·상계관세 분쟁처리 절차 유지를 얻어냈다.
미국이 자국 자동차 생산 강화를 목표로 멕시코와 협상을 타결한 대로 북미산 자동차에는 시급 16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의 생산 비중을 40∼45%로 늘려야 한다. 무관세 혜택을 위한 자동차 부품의 역내 생산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로 높이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도 캐나다와 멕시코는 연간 260만대의 승용차 쿼터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는다.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가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가 200만대, 180만대이므로 오히려 수출을 늘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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