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정부가 대출규제 강화 조치를 잇따라 내놨지만 한국의 가계빚 증가속도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3월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 경제규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승폭은 BIS가 집계한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3.7%포인트), 홍콩(3.5%포인트)에 이어 3번째로 컸다. 전년 같은 기간(4.6%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작아졌지만 순위는 3위로 같았다.
지난해 중반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본격 추진했지만 증가세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주요 대책이 발표되고 난 지난해 9월말 이후로도 6개월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포인트 올라갔다. 홍콩(1.7%포인트), 호주(1.4%포인트), 중국(1.3%포인트)에 이어 상승폭이 세계 4위다. 순위가 한계단 내려서는데 그쳤다.

올해 1분기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0.4%포인트 상승하며 중국(0.9%포인트), 스위스(0.6%포인트), 호주(0.5%포인트)에 이어 세계 4위다.

특히 1분기만 놓고 보면 올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002년(3%포인트) 이래 16년 만에 가장 크다.
정부는 지난해 6·19 대책, 8·2 대책 등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10월에는 2018년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조기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1월에는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각종 대책에도 불구, 가계부채가 증가한데는 경제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규제를 피해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전세대출 등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많이 둔화했는데도 GDP 대비 비율이 많이 상승했다는 것은 주요국과 비교해서 경제 성장세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 전체 주택가격 상승률은 높은 편이 아닌데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진 데서 볼 때 주택담보대출 외에 다른 대출이 많이 늘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7위다. 스위스(128.3%), 호주(122.2%), 덴마크(117.3%), 네덜란드(104.3%), 노르웨이(101.6%), 캐나다(99.4%) 다음이다.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전인 2014년 1분기(81.9%)에는 12위였는데 4년간 13.3%포인트, 순위로는 5계단 상승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