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달라진 CMO 트렌드

기술 변화와 이윤을 중시하는 CEO들은 위험 감수형 마케팅 담당 중역을 원하고 있다. 어려운 얘기를 좀 해보자.
미국 기업에서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등의 활동을 전담하는 최고 마케팅 책임자 CMO들의 평균 임기는 2년 미만이다. 임원급 헤드헌팅 기관인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는 업무의 복잡성 증대가 주된 이유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 같은 신기술이 가져온 복잡성 덕분에 지금만큼 CMO로 일하기 좋을 때도 없다고 업계 모임인 ‘CMO 클럽’을 창립한 피터 크래닉(Peter Krainik)은 전한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만 주입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기업과 고객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게 된 페이스북과 트위터 시대는 마케팅 담당자에게 짜릿하면서도 동시에 무시무시한 전망을 안겨 주었다.

마케팅의 글로벌한 성격을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CMO가 창의적이고 첨단기술에 민감한 국제적 인물이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CMO는 어떤 사람들일까?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들일 것이다. 모든 인력을 동원한다. 마케팅의 영향력이 인터넷 덕분에 블로그를 통해 고객 불만을 응대하는 고객서비스 담당자로부터 고객의 인터넷 사용을 파악하는 IT부서까지 조직 전체에 미치고 있다. CMO는 전 직원을 교육시켜 기업의 홍보대사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 판매회사인 베스트바이의 CMO 배리 저지(Barry Judge)는 2009년 트웰프포스(Twelpforce)를 만들어 전 직원이 트위터에서 고객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질문을 담당하도록 했다.

CMO는 미래지향적이다. 킴 페일(Kim Feil)이 2008년 미국 최대의 잡화, 식품, 건강보조제품 판매업체인 월그린(Wal green)의 초대 CMO가 된 직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은 이 소매업체를 매장 뒤쪽에 약국을 둔 편의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킴 페일은 월그린을 최고급 건강관리 브랜드로 변모시킬 기회를 포착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라 월그린은 간이 진료소(walk-in clinics) 내에 있는 비예약제 진료시설 등 복지 조치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킴 페일이 CMO 자리에 앉은 이래 월그린의 매출은 14%나 성장했다.

CMO는 수치에 민감하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이제 경영진은 마케팅 캠페인의 수익률을 따져볼 수 있게 됐다. 일류 CMO는 이 수치를 세세히 분석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데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CMO는 자신의 마케팅 조직을 돈만 써대는 곳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라 여긴다.

GE의 베스 컴스톡(Beth Comstock)이 창안한 ‘청정 기술’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운동은 기분만 좋아지는 마케팅 같지만, 들춰보면 연간 180억달러의 수익을 남긴 실속 있는 사업이었다.

스프레드시트를 분석하고 고객서비스 담당자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해서 중역들이 마케팅 전략을 잘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CMO들은 이런 업무에 고군분투한다. 특히 그 자리에서 2년 이상 버티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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