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8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5000명이나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특히 심각한 문제다. 지난 2015년 460만개에서 2016년 458만개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457만개로 계속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리쇼어링 2.0 필요: 국내외 사례와 시사점’에서 대형 제조기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일자리의 산실’인 제조 중소기업들이 서로 앞다퉈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서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 이같은 흐름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리쇼어링(Reshoring)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이른바 유턴기업 활성화 정책이라면,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걸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라고 한다. 한국은 오프쇼어링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내외 투자금 변동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투자환경은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반대로 해외투자는 증가 추세에 놓여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922억달러의 ‘해외투자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43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정부가 지난 2013년에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험이 별로 없는 듯하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복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은 중소기업 93개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이 자꾸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한국의 기업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압축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앞에서 기업들은 자꾸만 해외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고 있다. 한 국가의 산업 뼈대를 제조업 일자리라고 말하는데, 이 부문의 일자리가 줄줄이 새는 상황이라면 문재인정부가 슬로건으로 내건 ‘일자리 정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설립 법인 꾸준히 증가
해외로 설립되는 국내 법인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은 사실상 거의 드문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국회의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지난해 해외에 새로 설립된 국내법인 건수는 3213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4년에 기록한 2813건에 비해 10% 넘게 늘어난 수치다. 2015년에는 2999건, 2016년에는 3120건으로 나타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였다.

신규 해외 법인 대부분은 중국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702건, 2015년 713건, 2016년 674건으로 3년 연속 설립 국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7년 한한령 사태와 함께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베트남에서 새로 만들어진 국내법인 수는 지난해의 경우 685건이었으며, 올해 6월을 기준으로 384건이었다. 문제는 2013년부터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시작했지만 기업의 해외진출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4년 8월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제정과 함께 매년 7억2900만원씩 예산을 투입하며 복귀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22개 기업이 돌아와 최대치를 찍은 후 올해 8월까지 누적 건수는 50건이다. 사실상 성과가 없자 산업부 역시 지난해부터 예산을 절반 가량인 3억원으로 줄였다.

박정 의원은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로 돌아온 리쇼어링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복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기연구원이 ‘리쇼어링 2.0 필요: 국내외 사례와 시사점’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은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리쇼어링을 촉진하는 보완·지원책 발굴을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리쇼어링 정책 필요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신 중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리쇼어링 2.0 방안으로 △고용위기 지역에 ‘U턴특구’를 지정하고 복귀 기업의 보조금 및 감세 혜택을 높이는 방안 △관세감면과 인력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 △가산점 부여를 통해 연구개발(R&D)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김 부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동반복귀의 경우 대기업에도 각종 지원과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지난해 해외 투자 금액은 5년 전인 2012년의 3.4배로 늘었다. 제조업 분야별로 보면,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기업이 가장 많았다. 반대로 10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할 때 의목 모피제품 제조기업의 수는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 가속화는 최근 제조 대기업의 해외 투자 및 생산공장 해외 이전 가속화의 영향도 크다.
2015년 삼성전자 베트남 소비자가전 복합단지 조성 착공했고, 2016년에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이 들어섰다. 한국타이어는 2017년에 미국 테네시에 공장을 세웠다. LG전자는 올해 테네시에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열었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조사한 ‘중소기업 수출기업 경쟁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 생산거점을 가지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 가운데 해외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49.1%에 달하는 반면 리쇼어링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4.7%에 불과했다.
이들 진출 기업들은 해외생산 확대 이전 및 신규생산 계획 지역으로 베트남(33.3%), 중국(19.0%), 아세안(10.7%) 등을 꼽으며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의 주요 진출국인 중국·베트남의 저임금 효과가 장기적으로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들 국가에서 저임금에 기반 한 저부가가치 제품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비용 절감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인프라 및 인력이 풍부하고 품질 보장이 용이한 국내로의 리턴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도 2010년 한국의 임금은 중국의 5.4배, 베트남의 17.8배였으나, 2016년 중국의 3.4배, 베트남의 11.6배로 그 격차가 축소되는 중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과 베트남의 가파른 임금상승 탓도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과 베트남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각각 9.28%, 10.17%에 달했다. 가파른 임금 상승에 따라 예전에는 노동생산성이 우수한 지역으로 손꼽혔지만,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임금은 한국의 76%, 베트남은 59%까지 올라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선진국 리쇼어링 정책 강화
선진국의 제조기업들이 스마트공장을 잇달아 구축하면서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조업 혁신으로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갈 필요성이 줄어든 대신 스마트공장 관리자와 디지털 인력 등 고숙련, 고임금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대거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제조업 분야 고용이 늘어난 데는 이 같은 리쇼어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파나소닉은 최근 태국에 있던 6개 생산라인 중 1개 라인을 오사카 근교 다카쓰키 공장으로 옮기기로 하고 현장 공사에 들어갔다.
도요타와 닛산도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던 물량 각각 10만대를 일본으로 돌렸다. 파이어니어는 태국에 있던 내비게이션 생산 설비를, JVC켄우드는 말레이시아에서 오디오 생산 라인을 일본 공장으로 이전했다.

미국에선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2010년부터 2016년 1월까지 1600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복귀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내 리쇼어링으로 약 80만명의 제조업 종사자가 추가로 생겨나고 간접고용도 2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 미국도 2000년 무렵 미국 제조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이 심화된 적이 있었다. 2000~2003년 일자리 24만개가 해외로 빠져나간 걸 떠올리면 놀라운 반전이다.

법인세 인하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효과도 적잖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올해 초 멕시코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한 게 가까운 일례다.
FCA는 이전에 대비해 2020년까지 미시간·오하이오주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2010년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라는 구호 아래 법인세 10%포인트 인하, 공장 이전비용 20% 보조 등의 정책을 폈다.
트럼프와 오바마가 정치적 성향에서는 서로 다른 지형에 있었다고 해도 기업의 리쇼어링 정책에 있어서만은 그 중요성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포드·인텔·캐터필러 등 수백개의 기업이 미국으로 유턴해서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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