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애플의 또 다른 천재, 제프 윌리엄스

애플의 최고 경영자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나 혹은 팀 쿡이 떠오를 것이다. 애플의 또 다른 천재 경영자는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사진)다.

그는 애플을 굴러가게 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말하면 CEO 팀 쿡의 또 다른 팀 쿡이다. 애플의 경쟁력은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애플 제품들이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산업 디자인의 본보기인 건 맞다.
하지만 멋진 디자인의 신형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의 제조와 출하 그리고 배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상 모든 스타일이 의미 없게 될 것이다. 바로 여기서 애플의 수석 운영 부사장인 제프 윌리엄스가 등장한다.

애플의 CEO 팀 쿡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 직원 중 한명인 윌리엄스는 사실상 쿡이 최고운영책임자로 수행했던 업무의 대부분을 인수인계받았다.
그는 중국 청두 공장에서 태블릿PC 아이패드2와 다른 제품을 양산하는 공급업체 팍스콘과의 관계 유지를 포함해 애플의 거대한 공급망과 생산과정을 관리한다.
공급업체와 거래 협상을 진행하고 생산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제품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있게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품질을 유지하고 비용을 낮춘다. 그는 특히 아이폰6의 놀라운 성공을 일군 인물로 꼽힌다. 1억대가 넘는 생산 분량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공급망 관리 능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건강을 위해 쿡처럼 자전거를 타는 윌리엄스는 자신에 대한 얘기를 거의 안하지만 귀감이 되는 사람이다. 애플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경영진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조수석 문이 고장 난 낡아빠진 토요타 자동차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그만큼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다.

윌리엄스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안정되고 솔직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직원들과 문제를 검토한 후 무엇에 더 역점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지 파악해 앞으로 나아가는 훌륭한 코치라고 평가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윌리엄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린스버러에 위치한 창조적리더십센터(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에서 일주일간 리더십 훈련을 받았다. 여기서 윌리엄스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깨달음을 얻은 윌리엄스는 이제 애플의 중간급 관리자들이 유사한 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IBM에서 일한 그는 쿡과 마찬가지로 듀크대 야간 프로그램을 통해 MBA 과정을 밟았다.(쿡과 윌리엄스는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1998년에 글로벌 조달 담당자로 애플에 합류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리더십 개발과정인 캘드웰 펠로스 프로그램의 명예이사인 제럴드 호킨스(Gerald Hawkins)는 “윌리엄스는 보이는 대로 그 자체다. 만약 뭔가를 이루겠다고 말하면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윌리엄스는 애플을 위해 막후에서 많은 일을 한 숨은 공신이다. 그중 하나로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하이닉스 같은 공급업체와 12억5000만달러 규모의 입도선매 방식 계약을 성사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운영팀에서 윌리엄스와 함께 일했던 전 애플 직원 스티브 도일(Steve Doil)은 윌리엄스가 아이팟 배송 과정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온라인에서 아이팟을 구매한 미국 소비자들은 공휴일을 빼고 3일 안에 원하는 문구를 새긴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다.
윌리엄스는 세세한 것을 놓치지 않는 자신의 성격 덕을 톡톡히 볼 것이다. 쿡이 스티브 잡스의 큰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면 윌리엄스도 쿡의 큰 빈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팀 쿡과 포지셔닝이 유사한 것은 물론 전 직장도 IBM으로 같으며 쿡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주목을 많이 받지 않고 동료들에게 깊은 찬사를 받는 인물이다.
이런 윌리엄스를 팀 쿡은 오른팔로 기용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업계에서는 만약 팀 쿡이 애플을 떠난다면 새로운 CEO로 윌리엄스의 이름이 오를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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