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랑 글짓기 공모전
중소기업청은 최근 개청 8주년 행사의 하나로 ‘중소기업사랑,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을 개최, 김하늬 양(진명여고 2) 등 37명의 작품을 선정해 포상했다. 본지는 때 묻지 않은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청년실업난의 모순’등을 솔직하고도 재미있게 묘사해낸 이들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현관문이 세게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부녀회에 참석했던 엄마가 돌아오셨다. 분명 거기서 무언가 뒤틀리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엄마, 지금 왔어요?”
대답도 않고 꾸덕꾸덕 신발을 벗어 제낀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가슴을 텅텅 쳤다.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거실로 나갔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아휴, 내가 못 살아.” 엄마는 가방을 쇼파에 신경질적으로 내던지고는 오빠의 방문 앞에 서더니 뚫어져라 오빠의 방문만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평소에 오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설 만큼 귀하게 여기는 터라 내 궁금증은 더해갔다. “오빠 오려면 아직 멀었잖아. 무슨 일 있어? “
“옛날에 키도 작달만하고 공부도 못하던 인식이 알지?”
“인식 오빠가 왜?”
“걔가 글쎄 S그룹에 취직했단다!”

하필이면 왜 중소기업
엄마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콧김이 묻은 대답을 했다. 나는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교직에 계시는 아버지의 박봉으로 평생 종종거리며 살아야 했던 엄마는 오빠의 취업에 기대가 컸다. 근무 환경도 좋고 연봉도 높은 대기업에 취업해 오빠만은 편하게 살기를 기대했었는데 이름도 낯선 중소기업에 취직했을 때 엄마는 거의 반 통곡을 했다.
오빠가 첫 출근하는 날까지 엄마는 대학원까지 공부를 마치는 것이 어떠냐,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떠냐 등등 회유의 의지를 불살랐다. 그 후에도 대기업의 사원모집 광고를 스크랩해 두었다가 며칠 만에 한번씩 들어오는 오빠에게 보여주었다.
“인식이도 거기에 잘만 취직하는데 그 볼것도 없는 회사에 취직하긴 왜 취직해!”
이까지 벅벅 갈아가며 엄마는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들이켰다.
“인식엄마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찍소리도 못하더니 지금은 아주 기고만장이야! 어이구, 속상해”
그저 가슴만을 탕탕 치는 엄마를 피해 나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꼭 집에 들어오라 했고 몇 번의 다짐을 받아놓았다.
회사에서 기술개발팀에 있는 오빠는 며칠 만에 집에 들렀다. 그나마도 속옷과 몇가지 필수품을 챙겨 다시 일어나야 했다. 오빠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전보다 더 꺼칠해진 오빠의 얼굴은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워 보였다.
저녁도 준비 안하고 그저 거실에만 앉아 있던 엄마가 오빠를 불렀다. 오늘로써 확실히 결판을 낸다는 굳은 심지가 박힌 표정의 엄마였다.
“인식이가 S그룹에 들어갔단다” 어머니의 반응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오빠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너보다 그리 좋은 대학 나온 것도 아닌데 거기에 취직을 했대! 걔가 그런 대기업에 취직했으면 너라고 못할 것도 없었는데 하필 중소기업이 뭐야, 중소기업이! 월급을 더 많이 줘, 그렇다고 일이 적어? 덜 힘들어.....” 지금까지 오빠의 취직에 대한 한을 풀 듯 엄마의 말이 쏟아졌다.
“하늬야 너도 이리 와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래?” 엄마의 말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듣고 있던 오빠가 굳은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오빠의 선택에 대하여 약간의 실망이 있던 터라 선뜻 엄마 곁에 앉았다.
“어머니, 저를 위한 말씀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선택은 두 번, 세 번 고민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가 생각하는 중소기업은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이젠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대한민국을 알리는 경제 사절단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만 해도 헬멧 하나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업체입니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기업의 오너들이 우리 회사를 배우기 위해 다녀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으로 출장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이 우리 회사 이름만 대도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원더풀’ 했습니다. 그때의 자부심이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물론 대기업에서도 일류 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규모가 큰 만큼 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적습니다. 어머니, 저는 젊은 만큼 제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바람도 큽니다.”
오빠는 힘있는 말투로 엄마와 나를 바라보았다. 세계1위, 대기업에서도 배워가는 곳, 자부심 등의 단어가 나오자 엄마의 표정은 어리둥절했다. 중소기업은 작은 규모에 우리나라에서만 아웅다웅 거래하는 모습만 떠올렸던 나 역시 오빠의 말에 그 동안의 내 생각 역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 규모는 편견에 불과
엄마는 오빠의 말이 정말이냐는 듯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말씀 없던 아버지는 가만히 신문을 접어 내려놓았다.
“내가 자식 하난 잘 키웠구나.” 아버지의 표정에 뿌듯함이 가득했다. “요즘 사회문제로 실업난을 거론한다만 많은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단다. 젊은 사람들이 모험에는 관심이 없고 안전과 편안함을 추구하는게 아닌가 싶어 씁쓸했단다.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들고 IMF때 굴지의 대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종종 보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 경제가 휘청거렸지. 그러나 그 난관을 이겨내고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룬 것은 내실 있는 중소기업들이 탄탄하게 우리 경제를 뒷받침한 이유도 클 것이다. 이제는 회사 규모를 가지고서 우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단다. 외국의 거대기업 GE보다 보잘것 없이 작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몇 십배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만 봐도 알겠지?”
엄마와 내 눈이 더 휘둥그레 해 진 것을 보고 오빠가 빙긋 웃었다.
“허허, 여보, 우리 아들 장하게 키워줘서 고마워” 아빠의 칭찬에 엄마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슬쩍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암요, 누구 아들인데. 우리 하늬도 열심히 공부해서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중소기업의 훌륭한 재원이 되어야 한다.”
나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오빠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그동안 몰랐던 중소기업의 새로운 모습에 가슴이 설랬다.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업만이 세계 최고라 생각했지만 이제부터는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겠다고 결심했다.
우리오빠 화이팅! 우리나라 중소기업 화이팅!

■사진설명 : 유창무 중기청장이 지난 12일 ‘중소기업사랑,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입상자들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상 : 중소기업 파이팅!
김하늬 진명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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