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로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자유로운 연차휴가 사용 보장과 유연 근로시간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현황과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30~299인 사업체의 월 근로시간은 180.2시간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보다 월 4.6시간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는 근로자들의 비중은 30~299인 규모 사업체가 13.7%로 가장 높았다.
그는 그러나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기업과 비교해 일은 많이 하지만 임금은 덜 받는다”며 “초과근로수당,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더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시간당 정액 임금은 300인 미만 사업체가 1만4275원으로 300인 이상(2만2408원)의 63.7% 수준이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총액도 1만5538원으로 300인 이상(2만8970원)의 53.6%에 그친다.
황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인력 충원보다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내몰리고 근로자는 임금보전 차원에서 연장근로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中企 장시간 근로의 원인은
중소기업의 장시간 근로는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근로시간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의 취약성에서 발생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중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적용제외 대상인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종사하거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전체 중소기업 근로자의 54%에 해당하는 530만명 이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종사한다. 또 전체 중소기업 근로자의 30%에 해당하는 370만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종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지침이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서 제외함에 따라 1주간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고용부 행정해석지침은 1주일을 휴일을 제외한 5일로 해석하고, 연장근로시간 한도인 12시간을 주중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3월20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2조 7호는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규정해 1주 근로시간의 한도는 휴일·연장근로를 포함해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인력운영 최소화 전략과 저임금 근로자의 자발적인 연장근로 요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금여력이 부족하고 주문량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인력을 충원해 생산량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고용부의 ‘2017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30~299인(19.9%), 300인 이상(20.9%)로 비슷한 수준으로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30~299인 사업체 중 46.6%가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특히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인 경우 저임금 해소를 위한 임금보전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연장근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에 따른 일·생활 불균형
황 연구위원은 “장시간 근로는 업무집중도 저하를 초래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근로자의 건강 위협, 산업재해, 직업병 발생 가능성을 높여 일과 생활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자 수는 근로자 1만명당 0.96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근로시간당 GDP로 계산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당 생산성은 4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4보다 현저히 낮다. OECD 회원국 중 고용률이 70% 이상인 국가는 연간 근로시간이 1800시간 이하이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근로시간이 100시간 감소할 때마다 고용률은 1.6%씩 높아진다.

일·생활 균형은 근로자 삶의 향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핵심인력 확보와 유지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이 중기연구원의 분석이다.
청년 구직난 속에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말 현재, 25~29세 청년 고용률은 68.7%로 2011년의 69.6%에 비해 1.1%포인트 감소했고, 실업률은 9.5%로 2011년의 6.4%에 비해 3.1%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구인활동에 불구하고 빈 상태로 남아 있는 일자리 수가 20만1000개가 존재한다. 구직자와 구인업체간의 일자리 미스매칭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 구인에 있어 검토해야 할 1순위는 그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청년층은 개인생활, 여가·문화 공동체 중시 성향이 강하고, 최근 청년층 취업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선택 시 일·생활균형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부의 청년정책사용설명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워라밸(31%), 급여(27%), 복지제도(20%) 순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들은 구직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고, 이는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기업보다 고용환경 열악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5인 미만 규모 사업체는 3.48년, 5~29인은 4.23년, 30~299인은 5.89년, 300인 이상은 9.37년으로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평균 근속연수도 짧아진다.
출산휴가 이후 복직한다는 중소기업은 34.1%로 대기업의 복직비율인 67.3%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황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열악해서 일·생활 균형 확산이 어렵다”며 “근로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해 자유로운 연차휴가 사용을 보장하고 근로시간과 업무장소 선택지를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유연 근무시간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근로자를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의무화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며 일·생활 균형의 활성화가 인재 유입과 경쟁력 제고,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인 전략이라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의 관건은 중소기업 사업주 및 관리자 인식 개선 및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일·생활 균형 활성화는 청년층, 우수인력의 유입을 촉진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투자’임을 인식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생활 균형제도는 경영자 입장에서 비용이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를 가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이직률을 낮춰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올리는 전략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업무방식도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우리 기업들의 낮은 워라밸의 인식수준도 문제지만,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이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수동적 업무태도와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직장인들은 회사의 업무방식이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고 있으며, 상명하복을 바라는 구시대적 리더십 및 소통문화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직장인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무방식 실태와 직장인·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해법 등을 담아 ‘국내 기업의 업무방식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은 국내 기업 업무방식 종합점수를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업무 방향성(업무의 목적과 전략이 분명하다) 30점 △지시 명확성(업무지시 시 배경과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다) 39점 △추진 자율성(충분히 권한위임을 한다) 37점 △과정 효율성(업무추진 과정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다) 45점 등으로 나타나 모두 50점을 밑돌았다.

업무과정이 비합리적인 이유를 묻는 말엔 ‘원래부터 의미 없는 업무’(50.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전략적 판단 없는 ‘하고 보자’식 추진관행(47.5%), 의전·겉치레에 과도하게 신경(42.2%), 현장실태 모른 체 탑다운(Top-down) 전략 수립(41.8%) 등의 순이었다.
업무방식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로는 비효율, 삽질, 노비, 위계질서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86%를 차지했고, 합리적, 열정, 체계적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는 14%에 그쳤다.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이 삶에 미치는 영향 중 하나는 워라밸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직장인들은 자신의 워라밸이 57.5점이라고 평가했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회사 업무와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워라밸이 낮은 원인으로는 불필요·모호한 업무(30.0%), 무리한 추진일정 설정(29.5%)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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