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브랜드 고수, 재건축·재개발시장 석권
쓴잔 마신  해외건설‘제2드라이브’

GS건설의 임병용 대표는 일반적인 전문경영인과는 출신성분이 다르고, 조금 이색적이다. 보통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선발되는 경우는 특수한 산업 분야 전문지식이 있거나, 경영과 관련한 학위를 얻고 기업에 입사해 여러 사업부를 거치며 현장의 경험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병용 대표는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드문 편인 법조인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는 조세법을 전공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한 아주 정석적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사법시험 28회 출신으로 1990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가 검사출신의 법조인으로 근무하다 기업경영에 참여한 것은 이듬해 1991년이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입사하면서 LG그룹과 인연을 맺은 뒤로 LG회장실 상임변호사를 맡았고 이어서 LG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을 맡게 된다. 그러다가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한 뒤에 그는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으로 전문경영인 자리에 올랐다. 그의 주된 전문성은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과 마케팅 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2013년 임 대표는 GS건설 총괄사장이 된다. 일단 임 대표가 걸어온 길과 전문성을 보면 2013년 GS건설이 필요했던 경영능력이 무엇이었는지, 방향성이 어떠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임병용 대표가 2012년 GS건설 CFO를 맡으며 처음 건설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2013년 GS건설의 수장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GS건설의 성장과 오너 경영
과거 한때 GS건설은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이 총괄사장직을 번갈아 나누며 경영되던 곳인데, 일단 지난 2006년까지 김갑렬 전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경영해 왔다. 김 전 대표는 2002년부터 경영직을 맡았는데, 2000년대는 한국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아파트 경쟁이 시작되던 시기로 GS건설은 ‘자이’를 내세워, 최대 경쟁자인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한판 결투를 진행 중이었다.

바로 이때 GS건설은 제대로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했는데, 김갑렬 전 대표 체제 아래 2004년부터 매년 20% 이상의 매출이 상승했고, 2005년 매출 5조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창사 이래 최초로 건설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GS건설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를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어찌됐든 GS건설 경영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7년부터였는데, 2013년까지 허창수 현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부회장이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맡아 오너 경영을 하게 된다. GS건설의 오너 경영체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GS건설의 무한 상승에 이상신호가 감지된 것은 불과 3년 뒤인 2010년부터였다.

그 이상신호의 진원지는 해외 사업장이었다. GS건설은 해외 사업장에서 저가 수주 출혈 경쟁으로 대규모의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하는데, 그 폭이 엄청났다. 매년 평균으로만 잡아도 최소 5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GS건설의 영업이익은 2012년 들어서는 1300억원 수준으로 4000억원 가까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2013년은 GS건설에게 최악의 해로 꼽히는 때다. 저가로 해외 수주를 해오던 탓에 손실이 쌓이고 쌓이면서 2013년 연말에 터질 게 터져 버린다. 이때 GS건설은 1조3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는데, 이것은 GS건설 창립 이후 최대의 대형 어닝쇼크 적자였다.

여기서 GS건설의 2013년 경영위기가 물론 오너경영에 따른 것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건설사 간의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열하다 보니, 너나 할 거 없이 저가 수주에 올인을 할 수밖에 없던 숨 가쁜 환경이었다.

2013년 어닝쇼크 사태
어찌됐든 결국 GS그룹 오너 일가인 허명수 부회장은 GS건설의 어닝쇼크 적자 경영의 책임을 지고 2013년 6월 GS건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바로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나타난다.
오너가 실적 문제로 경영일선 퇴진을 하게 될 때, 이것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앞날을 알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서는 그룹 내부에서 명장이면서 덕장인 전문경영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그리고 중차대한 GS건설의 미래 향방을 결정해야 하던 2013년 6월 바로 임병용 대표가 GS건설의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주 기업포커스에서 GS건설을 다루는 것은 GS건설이 어떻게 2013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서느냐를 조명하는 것이다.

임병용 대표의 중용 이후 시계를 다시 앞으로 돌려, 올 상반기 GS건설의 실적을 보면, 놀라운 변화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약 6090억원,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320%가 늘어났고, 같은 시기 매출도 약 6조7090억으로 18% 가까이 올랐다. 이것은 GS건설이 창립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정통적인 건설업 전문경영인이 아니었던 임 대표가 2013년부터 5년 동안 부임한 첫해를 제외하고 4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에 있다. 일단 임 대표가 자신 있는 분야는 사업의 재편이었다. 그동안 무리하게 해외시장을 노크하던 비중을 줄이고 내수시장의 주택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에게는 운도 따랐는데, 2013년부터 국내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조 적자기업이던 GS건설이 2014년에는 흑자기업으로 변신해 2015년 1220억, 2016년 1429억 등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에 도달한 것이다.

사업의 핵심을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맞춘 것 이외에 구체적으로 GS건설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이른 바 부동산 정비사업에 집중한 것이 회사가 점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쉽게 말하면, 서울 등 주요 도심지에서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되면 GS건설이 이 정비사업 수주에 운명을 걸고 뛰어들었다는 거다. 2014년부터 GS건설의 정비사업 수주 물량은 업계 1위다. 올해 3분기에만 자이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가구가 넘는다. 이러한 실적도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미칠 것이다.

GS건설이 재건축과 재개발이든, 신규 아파트 공사든 아파트를 지을 때 내거는 브랜드는 ‘자이’ 하나다. 무슨 이야기냐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가 2000년대부터 출발하다가 2010년 이후 다시 건설사별로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기 시작했는데, GS건설은 이러한 트렌드를 쫓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GS건설의 최대 경쟁자인 현대건설이 2015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선보인다거나, 대림건설이 ‘아크로’, 대우건설이 ‘푸르지오 써밋’ 등 기존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일 때도, GS건설은 자이만을 고집했다. 왜 그랬을까? 임병용 대표는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면 기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자이라는 브랜드만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통성을 살리고 차별을 두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건설 시장에 통했고 알짜 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해외 수주가 새로운 성장도약
지난 5년 동안 국내 건설시장에서 주택사업을 발판으로 기사회생을 한 GS건설이 다시 새롭게 5년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려면, 결론적으로 2013년 최악의 어닝쇼크를 만들게 했던 원흉인 해외 건설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예를 들자면 해외 플랜트 사업 수주 같은 거 말이다. GS건설과 시공능력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우건설, 대림산업은 해외 플랜트 부문 실적이 꾸준하다.

GS건설도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의 일감을 해외에서 따냈다고는 하는데, 올해 제시한 목표치 3조원에 33%가량 도달한 수치다. 내년까지 보면 GS건설의 해외 수주가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임 대표는 2013년부터 중동 건설 현장을 다니며 해외 수주에 노력하고 있다. 해외 수주 적자폭을 5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줄여나간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병용 대표가 새로운 GS건설의 5년을 건설적으로 설계하려면, 바로 해외 수주 시장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줘야 할 것이 분명하다. GS건설 임병용 전문경영인의 성공신화는 다음 5년의 사업 향방과 실적에 따라 새롭게 써질 것이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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