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특히 중소기업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혐의가 명백한 담합행위(경성담합)에 대해 검찰이 우선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들 우려에도 원안대로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됐다.

이는 공정위 등 이른바 기업 관련 전문기관의 고유 기능인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것. 공정위의 조사 없이도 검찰 등에서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법무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반대의견에도 원안 수정 없어
이날 행사는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기업들의 이해를 돕고자 대한상의가 강연을 제안한 것을 김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에 재계와 재계단체, 학계, 시민단체 등 국내는 물론 미국변호사협회, 미국상공회의소 등 외국까지 의견이 총 16건 제출됐다”며 “131개 조문으로 구성된 법안을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많은 의견을 접수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된 법안은 입법예고 때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특히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신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기준 상향 △공익법인 보유 지분 의결권 제한 등 주요 내용은 기업들의 거듭된 반대 의견에도 원안대로 남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검찰과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동시에 수사할 수 있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김 위원장은 “검찰과 공정위가 중복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기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검찰과 협의해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공정위와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담합 수사에 나서면 기업경영에 대한 이중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법무팀이나 담당 직원을 따로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수사 선상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회사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는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법무팀이나 법률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해 수사를 당하는 것만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려면 중소기업에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를 지원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대기업 간 담합 건수는 1%에 불과하고 중소기업 간 담합이 80%여서 전속고발제 폐지 시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형사처벌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경영 활동 위축 뻔해”
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잇따라 공정위에 경제계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경총은 개정안 가운데 △전속고발권 폐지 △사익 편취행위 규제 대상 확대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상향 △정보교환 담합 신설 △손해배상 소송 자료제출 의무 강화 등 5개 분야가 기업 부담과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유통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근론시간 단축 등 노동현환 문제 있어 기업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는데, 이제는 담합 문제에 휩싸이면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검찰이 담합 혐의 말고도 기업의 각종 혐의(배임, 횡령 등)까지 추궁하며 수사를 확대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는 기업 옥죄기라고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황보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가이며 모든 분쟁을 형사사건화시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며 “여기에 전속고발권까지 폐지가 되면 거래상대방은 물론 경쟁사, 내부직원, 시민단체 등은 공정거래 관련 법률위반 혐의가 조금만 있어도 검찰로 향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황 변호사는 “고소만 들어오면 수사기관은 의무적으로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며 “전속고발권은 대기업, 일부 중견기업의 법위반 행위에 한해 폐지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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