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하굣길마다 발목을 잡으며 유혹하던 떡볶이. 세월이 흘러 직장인이 된 지금도 떡볶이는 ‘추억 속 간식’이 아닌 퇴근길 발목을 잡는 ‘현재진행형 간식’이다. 떡볶이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매력이 참 많다. 입맛을 돋우는 새빨간 자태와 매운 맛,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그래서 떡볶이는 당당히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이 됐다.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매운 맛에 홀려 국물을 흘리며 먹다 보면 뇌신경이 자극받아 엔돌핀이 마구 분비된다. 성적 때문에 우울한 학생, 과한 업무에 치인 직장인, 집안 문제로 골치 아픈 주부, 외로운 노인 등 남녀노소 누구나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전 국민 간식’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매력에 빠져보자.     
 
떡볶이는 원래부터 서민 음식이었다? 놀랍게도 떡볶이는 본래 임금이 먹던 궁중 음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왕들이 매운 맛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즐겼던 ‘궁중 떡볶이’는 고기, 버섯 등 채소에 계란지단까지 듬뿍 넣고 간장으로 양념을 해 맛이 순했다고 전해진다.

매운 맛의 떡볶이가 등장한 건 임진왜란 이후이다. 매운 맛의 원천인 고추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매운 떡볶이가 서민 음식으로 정착한 것은 그 후로도 한참 뒤인 1950년대라는 설이 있다. 이 후 1970년대 서울 신당동을 중심으로 떡볶이 집이 하나둘씩 늘어나며 드디어 떡볶이는 ‘국민 간식’에 올랐다.

▧ 떡볶이의 화려한 변신 ‘베가백’= 강남역 떡볶이 전문점 ‘베가백’(Beggarback)에 가면 떡볶이는 그야말로 요리다. 떡볶이 종류만 20여가지. 고급스러운 접시에 담긴 떡볶이를 나이프로 잘라 먹는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셰프가 1인분씩 요리한 떡볶이를 해산물이나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오리엔탈 소스, 크림소스 등 다양한 소스의 떡볶이는 눈과 코와 입을 모두 만족시킨다. 

▧ 며느리도 몰러~ ‘신당동 즉석떡볶이’= “떡볶이 맛의 비결? 그건 우리 며느리도 몰러~”  텔레비전 광고로 유명해진 이 멘트의 주인공은 고 마복림 할머니. 신당동 떡볶이 시대가 열린 바로 그 시기에 할머니의 멘트는 유행어가 됐다. 당시 새빨간 떡볶이의 대명사 ‘마복림 떡볶이’는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형성했다.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고추장 국물의 빨간 떡볶이다. 스스로 직접 끓여먹는 즉석 떡볶이의 재미도 쏠쏠하다. 떡볶이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은 덤이다.  

▧ 최초 시판 떡볶이 ‘통인동 기름떡볶이’= 통인동 전통시장에 가면 기름떡볶이의 고소한 내음이 발길을 잡는다. 떡볶이를 먹으면 일단 무쇠솥에 달달 볶아 나는 특유의 깊은 맛에 반하고, 간단한 조리법에 도전할 의욕도 샘솟는다. 효자동 기름떡볶이는 7가지 간장 소스에 버무려 노릇노릇하게 기름에 볶아 먹는 간장 떡볶이와 고추기름만으로 양념을 해서 매콤하게 볶는 빨간 떡볶이 2가지다. 오래된 식당의 가장 큰 매력이 ‘추억’이듯 이곳에선 추억을 덤으로 챙겨 갈 수 있다.

- 노경아 자유기고가(jsjysh@hanmail.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