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한류’주역, 블록체인에 눈 돌리다
암호화폐 세계시장 ‘지각변동’예고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로 불리는 것 중에 대표격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에서 촉발된 암호화폐 시장이 현재 금융시장은 물론 IT산업계에도 큰 화두로 논의되고 있고, 여전히 투자 및 개발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08년 10월31일이다.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실체는 불분명)가 9장 짜리 논문(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을 발표하면서부터였으니 딱 10년이 됐다. 그 뒤로 암호화례의 종류는 전 세계에 2100여개가 나왔고, 여기에 투자된 자금만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23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어찌됐든 한국에서는 암호화폐가 지난해 말부터 투기 광풍 논란이 불거지더니, 지금은 실명거래 의무화를 비롯해 암호화폐 공개인 ICO 등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산업으로 꼽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이걸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신산업이다.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에서는 이 시장을 키우기 위해 육성정책을 펼치기도 한다고 한다. 국가별로 암호화폐를 대하는 방침이나 정책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해외로 발길 돌리는 국내 거래소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2008년에만 해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고, 2011년 초반까지만 해도 1비트코인의 가격이 1달러 안팎에 불과했었다.

그러면 언제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드높아진 걸까? 그 시기는 2013년부터였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에서 ‘비트코인의 해’라고 칭한 2013년에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 규모로 100만달러를 돌파했었다. 지난해 연말이 최고조였는데, 1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에 육박하며 정점에 이르렀고, 지금은 그 열기가 한풀 꺾인 와중이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가 주목한 것은 한국의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Bithumb)의 변화이다. 빗썸이라는 회사는 암호화폐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기업일 만큼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지고 있고, 거래량도 단연 탑이다. 전 세계 거래소 시장에서도 빗썸의 위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컸다.

특히나 빗썸이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지난해 중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금지하면서 중국에 있던 자금이 한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엄청난 트래픽이 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거래소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생기며 수많은 상담전화가 빗발쳤고, 이후에는 해킹사건 등으로 곤욕도 치렀지만, 어찌됐든 그 지위와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다고 한다. 

빗썸의 출발은 지난 2013년 12월 엑스코인(xcoin)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됐으며 2015년 6월 거래소의 이름을 빗썸으로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며 거래 수수료 쿠폰 제도를 운영해 거래량이 많을 경우 쿠폰 사용으로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도 있다.

빗썸 말고도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이 한국의 4대 거래소라고 불리는데, 이 가운데 코빗은 게임업계의 선두주자인 넥슨이 지난해 인수하며, 거래소 사업이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만이 아니라, 추후 다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암시해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로 발길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1위 거래소인 빗썸이 최근 싱가포르 소재의 블록체인 기업인 BK그룹에 인수됐으며 홍콩에서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 덱스를 설립했다. 업비트는 싱가포르에 새로운 거래소를 개설했고, 코인원도 인도네시아로 암호화폐 사업을 확장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도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운영 중이라고 하니, 이제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외로 떠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 되고 있다. 한국의 금융감독기관이 거래소를 보는 눈이 아주 날카롭고, 검찰도 수사의 칼날을 언제든 갈고 있다는 걸 보면,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규제가 다소 느슨한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바이오업체 휴젤에 투자, 1600억‘대박’
앞서 빗썸이 BK그룹에 인수됐다고 했는데, 인수금액만 4000억원이 들어간 걸로 알려져 있다.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빗썸 최대주주 비티씨홀딩스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들어간 자금이라고 하는데, 김병건 회장은 왜 이렇듯 과도기에 놓인 상황에서 빗썸을 인수하게 됐을까? 또 김병건 회장은 어떤 인물이며, 그간 무엇을 한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얼굴이라고 한다. BK그룹은 ‘BK메디컬그룹’을 축약해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디컬 쪽을 사업의 기반을 두고 있는 곳이다. 김병건 회장은 서울의대 출신으로 서울대병원 그것도 성형외과 전공의 출신이다. 1995년부터 병원을 개원했고, ‘BK성형외과’로 국내 성형외과 시장 1위로 올라서게 된다.

BK메디컬그룹은 싱가포르에 소재하고 있는데, 한류 문화 바람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퍼지자 김 회장이 ‘성형 한류’를 외치며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활발한 의료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 성형 시장에서 성공한 CEO이자 의사인 것이다. 일단 김 회장이 지금까지 일군 비즈니스 세계를 들여다보면 암호화폐와의 연결점은 그닥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비즈니스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언제든 확장성이라는게 있기 마련인데, 그가 접촉하는 전 세계의 병원 고객, 메디컬 서비스 회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위층 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BK메디컬그룹은 성형외과 사업 말고도, IT기업, 자산관리 투자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4000억원 인수자금도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해서 빗썸을 사들인 것인데, 김병건 회장이 단기간에 인맥을 활용해 이 자금을 형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의사로 시작했지만 김 회장은 글로벌 사업가이자, 진정한 투자 귀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거래소 연합’창설 추진
그가 빗썸이라는 회사를 인수하기 전에도 다른 기업 경영이나 투자에 대한 실전 경험이 많았다. 김병건 회장은 2004년 코스닥 상장기업인 비트컴퓨터에 투자해 2005년 2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하면서 투자 감각을 키웠다. 코스닥 기업이자 바이오 업체인 휴젤에 투자해 무려 16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는 사실도 증권업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재미난 사실은 휴젤이라는 회사에 투자를 하게 된 배경도 BK성형외과 출신 의사들이 창업한 회사였고, 그가 이 회사의 장래성에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다.

 김병건 회장이 진짜 글로벌 투자자로 전환하게 된 것은 2017년부터인데,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기반의 크라우드 펀딩 기업을 세운다. 쉽게 말해 이 기업은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방식인데, 이번에 빗썸을 인수하면서 그가 꿈꾸는 글로벌 투자 사업이 속도를 내게 생겼다.

그는 최근 ‘글로벌 거래소 연합’이라는 새로운 사업도 제시하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전 세계 거래소 간에 통용되는 암호화폐를 발행해서 결제 시스템으로 연동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도 암호화폐의 약점이라고 하는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도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지금 빗썸의 고객만 430만명이고, 김 회장이 구상하는 거래소 연합이 구축되면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이해도가 높은 고객만 전 세계에서 수천만명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시장에서만 머물던 빗썸이라는 기업이 전 세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암호화폐와 관련된 비즈니스에 대해 우리 정부의 견해는 부처마다 차이가 나고 있고, 일반 여론도 찬반이 나뉘고 있다.

어찌됐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뜨거운 감자같은 것이 암호화폐 거래소다. 김병건 회장이 이러한 뜨거운 감자를 인수해서 어떤 형태로 도약과 혁신을 할지는 곧 글로벌 뉴스를 통해 먼저 확인할 수 있을 거 같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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