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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교만은 손해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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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1호] 승인 2018.11.14  09: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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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대 역사서이자 삼경 중의 하나인 서경(書經)에는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라는 뜻인데, 이 성어를 자신의 일생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준 인물이 있다. 바로 초한전쟁의 영웅 한신(韓信)이다.

초한전쟁은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천하쟁패전이다. 치열한 전쟁에서 이 두사람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군이 한신인데, 유방은 한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의 변두리 회음현의 건달이었던 한신은 진나라의 폭정에 대항하는 혁명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항우의 숙부인 항량 휘하에 있었고, 항량이 패해 죽은 후 항우 밑으로 들어갔다. 항우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해 다시 유방을 찾았고, 거기서 법을 어겨 참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방의 심복이었던 하후영과 소하의 추천을 받아 유방 휘하에서 대장군에 중용될 수 있었다. 대장군에 임명되며 올렸던 계책이 유방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함께 천하를 통일한 후 제나라와 초나라의 왕에 봉해졌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삶이라 할 만 하다.

한신이 회음현의 건달이었을 때의 고사이다.
회음현 지역에서 백정 일을 하던 한 청년이 한신을 깔보며 말했다.

“너는 몸집이 크고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은 겁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네가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나를 찔러라. 죽음이 두렵다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나가라.”

아무리 겁쟁이 비겁자라고 해도 견디기 힘든 모욕이다. 하지만 한신은 한참 그를 쳐다보다가 몸을 굽혀 가랑이 밑을 기어 지나갔다. 이것을 본 저잣거리 사람들 가운데 한신을 비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빨래터의 아낙네에게 밥을 얻어먹던 한신이 “꼭 은혜에 보답하겠소”라는 말을 하자, “자기 밥벌이도 못하는 사람에게 무슨 보답을 바라겠소?”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신은 훗날 초나라 왕이 됐을 때 가장 먼저 저잣거리에서 자신에게 치욕을 안겼던 건달을 호위무사로 삼았고, 수모를 주었던 아낙에게 천금의 상을 내렸다. 여기서 ‘천금으로 어려운 시절의 한끼 은혜를 갚다(一飯千金)’의 고사와 ‘가랑이 밑을 기어나가는 치욕을 통해 더 큰 꿈을 키우다(跨下之辱)’의 고사가 나왔다.

한신은 그 건달을 만난 후 이렇게 말했다.
“이자가 그 당시 나를 욕보일 때 내가 죽일 수 없었겠는가? 죽여도 나에게 아무 이름이 따르지 않을 것이기에 내가 참았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한신이 가졌던 진정한 겸손의 모습이며,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 크게 높이는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통해 한신은 초나라 백성으로부터도 큰 존경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신은 최고의 성공을 거둔 후 청년시절의 겸손함을 잃고 만다. “장군의 공적은 천하에 따를 자가 없고, 지략은 세상에서 더 뛰어난 자가 없다”는 책사 괴통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스스로 유방보다 더 뛰어나다는 교만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한고조(유방)의 의심을 샀고, 뒤늦게 반란을 꾀하다가 자신은 물론 일족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한신이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 보여준 ‘만초손 겸수익’의 결말, 더 높은 지위와 큰 성공을 거둘수록 반드시 새겨야 할 교훈이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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