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

2000년부터 시작된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의 점심 행사는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경매에 참가해 수백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낙찰자는 최대 3시간까지 허용되는 버핏과의 점심에서 최대 7명의 지인들을 초대해 투자 노하우에 대한 버핏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낙찰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지만 버핏의 향후 투자계획에 대한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끼 식사에 수십억원을 지불하게 하는 버핏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50년 넘게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린 투자의 대가에게 뭔가 특별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일 게다. 그것이 특정 종목에 대한 평가가 됐든, 인생의 지혜가 됐든 평범한 ‘개미’들에겐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성경말씀 같을 법도 하다.

버핏의 생각과 조언을 꼭 수십억원을 지불해야만 얻는 건 아니다. 버핏은 자신이 최대주주이자 경영진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매년 주주총회 때마다 주주들에게 연례서한을 통해 그의 투자 철학과 계획을 밝혀 왔다. 버핏의 주주서한을 주제별 읽다 보면 일관된 투자철학을 해마다 조금씩 다른 비유들을 곁들여 반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점심 자리에서 버핏의 육성으로 듣는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주식을 사는 것은 그 기업과 동업을 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버핏은 말한다. 1996년 그의 주주편람을 보자. “버크셔의 형식은 주식회사지만 우리의 마음자세는 동업자입니다. 찰리(버크셔 부회장 찰리 멍거)와 내가 생각하기에 주주들은 소유-동업자이고, 우리는 경영-동업자이자 지배-동업자입니다. 우리는 사업자산을 궁극적으로 보유하는 주체가 회사가 아닌 주주라고 봅니다.”

그래서 버핏은 주주들에게 “주식을 언제든 사고 팔 종이 조각으로 보는 대신, 농장이나 아파트 같이 가족과 함께 소유할 재산으로 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주식을 가진 회사의 월별 주가가 아니라 장기발전을 보게 되고 설사 그 주식이 몇년간 거래되지 않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버핏의 논리다. 실제 버핏은 자기 재산의 99% 이상을, 찰리는 90% 이상을 버크셔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버핏은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거의 절대적인 무게를 싣는다. CEO만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나머지는 전혀 걱정할게 없다는 투다. CEO가 갖춰야 할 모범적인 직업적 열정을 얘기하면서 거론한 1986년 주주서한의 한 토막.

“우리가 직업적 열정의 본보기로 삼는 인물은 가톨릭 신자인 한 재단사입니다. 그는 몇년 동안 모은 얼마 안 되는 저축을 털어 바티칸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가 돌아오자 교구 신자들이 교황을 만나본 이야기를 들으려 특별 모임을 열었습니다. 독실한 신자가 물었습니다. ‘교황은 어떤 분이던가요?’ 우리의 영웅은 아주 간결하게 대답했습니다. ‘44 중간 사이즈였습니다.’”

버핏은 한번 능력을 믿고 맡기기로 한 CEO에게는 거의 참견을 하지 않는다. 그가 당부하는 원칙은 딱 3가지. “첫째, 자신이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둘째, 회사가 자신의 유일한 자산이며 셋째, 100년 이상 회사를 팔거나 합병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해달라”는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가에게도 간혹 실수는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이 인수할 초창기, 섬유회사였다. 미국 내에서 섬유산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버핏은 “△회사가 지역사회 일자리 유지에 매우 중요하고 △경영진이 문제를 솔직히 보고하고 이를 해결하려 애쓰며 △근로자들도 회사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에 협조했고 △투자대비 적정수익이 나올 전망 등만 유지되면 절대 섬유산업을 포기하지 않겠다”(1978년 연차보고서)고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4번째 전제(수익성 전망)가 어긋났음을 깨닫고 버핏은 섬유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대해 버핏이 내린 결론. “경영실적은 노를 얼마나 잘 젓느냐보다는 어떤 배에 타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가 상습적으로 물이 새는 배에 타고 있다면, 새는 곳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배를 갈아타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1985년 주주서한)

세계 최고의 갑부이면서도 검소하기로 이름난 버핏.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그가 성공한 투자가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진정한 기부왕이다.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기부를 하고 있는 그는 올해까지 13년간 기부한 누적 금액이 무려 309억달러(약 34조원)가 넘는다. 이 가운데 245억 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아내 멀린다가 운영하는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버핏은 재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후 매년 보유 주식의 5%를 기부하고 있다. 2006년에는 보유했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43%를 기부했고 현재 16.7%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의 이러한 인생 자체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미치고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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