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윤(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 변호사)

올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일부 대형 건설사 대표들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갑질의 내용으로는 정부로부터 노무비 100%를 받고도 이를 은폐한 채 하도급입찰을 실시하고,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하거나 부당감액하는 등 그간 계속됐던 전형적인 것들이었다.

중견기업들의 갑질 역시 심각하다. 하도급법 위반의 80% 이상을 중견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가입찰제, 원가상승 반영의 어러움, 발주처 횡포에 대한 규제미비와 거래단계별 연쇄작용, 제재조치의 경미함, 이윤추구에 대한 그릇된 인식 등 복합적일 것이다.

그러나 하도급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집행 태도에 기인하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공정위는 행정부 소속으로 행정기관이다. 신분도 행정공무원이다. 행정공무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입법된 법률의 집행을 담당한다. 따라서 공정위 공무원은 수급사업자 중소기업이 대등한 지위에서 갑질을 당하지 않도록 하거나 갑질을 당할 경우 이를 즉시 시정시켜나가야 한다.

물론 법률의 집행이므로 법적 요건이나 사실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 법원 판사에 준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작금의 법집행 실태를 보면 공정위 공무원들이 법원보다도 더 엄격하게 증거자료를 요구하고 증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들은 을의 위치에 있는 영세업체가 많아, 자료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위의 도움도 별로 받을 수 없다. 중소기업에 엄격하게 증명책임을 요구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중견기업을 돕는 셈이 된다.

재판을 하다보면 오히려 판사들은 중소기업이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변론의 진정성과 여러 정황들을 토대로 상식과 경험칙에 입각해 판결을 하는 경향이 점점 돋보이고 있다.

준사법적 합의제 행정기관이긴 하나 행정처분의 절차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함에 불과하지 그렇다고 행정기관의 성격이 바뀌어 사법기관이 될 수는 없고 돼서도 안된다. 증거자료없이 임의로 행정처분을 할 경우 법원에서 취소될 수 있으므로 엄격히 증거에 의할 수밖에 없다거나 사건은 많고 인력은 모자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행정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본다.

함부로 행정처분을 남발한다는 것과 설사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에 의해 취소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편에서 힘을 보태주는 것과는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돼야만 공정위의 설립목적과 정책효과 달성, 중소기업의 보호와 국민의 신뢰 확보가 수반될 수 있다. 나아가 지속되는 갑질이 근절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또한 가져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마저 공정위를 외면하게 되면 과연 공정위가 설 땅은 어디에 있을까? 공정위 스스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서의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기관이라고 외쳐본 들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급기야 기구의 축소와 권한과 위상이 하락돼버리면 그나마 그 경쟁질서 확립마저 추진할 힘을 잃게 될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지금이라도 입법목적과 정책목표를 달성한다는 신념 하에 설사 법원 패소판결을 각오하는 심정으로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법집행을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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