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SBI저축은행의 호실적

올해 한국경제 전반이 어두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상승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저축은행 업계입니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저축은행들이 3분기에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저축은행마다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둘 걸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금융업계라는 것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명암이 달라지기 쉬운 곳입니다. 실제로 저축은행은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총량규제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타격을 받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2년전 실행된 고금리대출의 이자수익이 계속 유입되면서 실적 면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 대손충당금 환입액까지 더해져 지금의 호실적이 내년초까지 무리없이 이어질 거란 기대감이 높습니다.

저축은행은 주로 수신이나 여신업무를 중심으로 합니다. 예대금리가 시중은행과 비교해 조금 높은 편이죠.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중은행을 가기엔 신용도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대부업체를 찾기에는 신용도가 높은 축입니다. 이런 고객층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두껍다고 합니다.

그럼, 저축은행 업계 1위는 어디일까요. 바로 SBI저축은행입니다. 은행의 실적을 논할 때 주로 영업수익을 말하는데요. 지난해 SBI저축은행은 6660억원을 올렸습니다. SBI저축은행의 라이벌인 OK저축은행은 영업수익 5811억원을, 웰컴저축은행은 3379억원을 걷어올렸는데요. SBI저축은행과는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2017년말 기준으로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5조7298억원입니다.
SBI저축은행의 뿌리는 1970년 설립된 신삼무진주식회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 회사는 이후 몇차례 사명을 바꿨다가 2000년 스위스의 머서(Mercer)가 지분을 투자하면서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으로 출범합니다. 이때 에피소드가 생기는데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그룹과 아무 상관없는 회사인데, 당시 프로야구팀 현대 유니콘스 감독 출신인 김재박 씨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광고를 찍으면서 현대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뭐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입장에서 아주 좋은 마케팅이 됐겠죠.

결국 2011년 범현대 계열사들이 합심해서 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현대’라는 상호를 못 쓰게 됩니다. 당시 경영상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요. 일본 SBI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고 이때 사명도 SBI저축은행으로 개명하게 됩니다.

SBI저축은행은 현재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되고 있습니다. 임진구 대표가 투자은행(IB), 정진문 대표가 소매금융(리테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진구 대표는 LG그룹 출신으로 LG상사 벤처투자팀과 GS칼텍스 싱가포르지사에서 근무한 바 있습니다. 임 대표는 이후에 홍콩 오아시스 사모펀드를 거쳐 퍼시픽그룹 사모펀드 대표 등을 역임하다가 2013년 SBI저축은행이 출범하면서 취임합니다.

임진구 대표는 사모펀드 등에서 IB 분야에 오래 일했기 때문에 수신과 여신업무 위주인 저축은행과는 맞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SBI저축은행의 다양한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수익적인 면에서 단연 최고의 CEO라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임 대표에 이어 소매금융을 담당하는 정진문 대표는 삼성 출신입니다.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9년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겨 2005년 현대카드로 이직해 CS실장, 영업본부장, 개인금융본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2010년 전무까지 승진하면서 카드업계에서는 나름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정진문 대표가 돌연 현대카드를 퇴사하고 2014년 SBI저축은행에 합류합니다. 이때부터 임진구, 정진문 투톱 체제가 시작된 겁니다.

SBI저축은행은 외국계 기업이면서 한국인 중심의 경영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각계 전문가를 영입해 이처럼 현지 CEO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도 관심을 가지면서 이른바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역시 최근 금융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저축은행 업계가 금융시장의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SBI저축은행은 올 한해 호실적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일들을 벌이려고 준비 중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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