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이광열전’에 실려 있는 고사이다. 이광은 한나라의 장수로서 말 타기와 활쏘기 능했던 명 장군이었다.
이광 장군이 어느 날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무성한 수풀 사이에 늙은 호랑이 한마리가 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란 이광 장군이 황급히 활을 당겨 호랑이를 명중시켰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호랑이 모습을 한 바윗덩어리였다.

놀랍게도 화살은 꽁무니만 가까스로 보일 정도로 바위에 깊이 박혀 있었다. 이광 장군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고, 장군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화살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몇번을 쏘아도 화살은 바위에 박히지 않았고 이광 장군은 결국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사석위호(射石爲虎), 즉 ‘호랑이인 줄 알고 화살을 쏘았더니 바위를 뚫었다’의 고사다. 훗날 어떤 사람이 학자 양웅에게 찾아가 이에 관해 가르침을 구했다. 그러자 양웅은 이렇게 말했다.

“정성이 지극하면 쇠와 돌도 열린다(精誠所至 金石爲開).” 정성이 가진 힘을 잘 말해주는 성어다. ‘정성’은 사서 중의 하나인 <중용>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데, 책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성(誠)은 하늘의 도요, 정성을 다하는 것은 사람의 도다. 정성을 다하는 자는 표준에 들어맞고, 생각하지 않아도 얻으며, 자연스럽게 도에 부합하니 곧 성인(聖人)이다. 정성을 다하는 자는 선한 것을 택해 그것을 굳게 붙잡는 자이다.”

이를 통해 본다면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사람이며, 그렇게 할 때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는 성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일을 할 때 왜 정성을 다해야 하는지, 정성을 다할 때 어떤 결과를 얻는지를 잘 말해주는 고사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때가 분명히 있다. 특히 사람들이 모여 일을 꾀하는 조직의 경우가 그렇다. 조직의 목표를 이루려면 각 개인이 정성을 다해야 하지만, 사람들의 힘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과 힘을 조화롭게 합치는 것, 즉 인화(人和)이다.
<맹자> ‘공손추 상’에는 이에 관련한 성어가 실려 있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하늘이 준 기회보다, 땅의 이점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평화주의자 맹자의 흔치 않은 전쟁론인데,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그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

“전쟁을 할 때 하늘이 준 좋은 기회를 가지고 공격을 해도 지리적으로 탄탄히 지키는 성을 함락할 수 없다. 바로 하늘의 때가 지리적인 이점만 못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이 튼튼하고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어도 패배해 도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 간의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은 화합에 미치지 못한다.”

맹자가 내린 부국강병의 해답은 바로 사람들 간의 화합이다. 그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전을 통해 우리는 승리하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혼자 일을 할 때는 정성, 함께 일을 할 때는 인화. 삶과 일에서 언제나 승리하는 비결이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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